[기자들의 팩자타] ''소통은 없었다'' '낙제점' 고용환경, 스스로 입증한 페르노리카코리아
[기자들의 팩자타] ''소통은 없었다'' '낙제점' 고용환경, 스스로 입증한 페르노리카코리아
  • 전지현
  • 승인 2019.01.29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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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페르노리카코리아 사태를 지켜보며 든 생각입니다. 위스키 시장 침체에 외국계 기업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핵심브랜드 임페리얼 매각이란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이에 더해 한국 법인의 전체 고용인원 약 60%에 해당하는 정규직 221명 중 176명을 내보내고 94명으로 회사 경영을 이어가겠단 인원 구조조정 안도 발표했죠.
 

회사경영 상황이 어려운 중에도 사측이 내놓은 지원안을 들여다보면 고심을 거듭한 모습이 엿보입니다.

 

조기 희망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에게는 근속연수에 따른 퇴직위로금과 퇴직금이 제공되는데 이는 합산 시 최대 69개월의 급여로 50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2017년 7월1일부터 2018년 6월30일까지)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의 합산 영업이익은 245억원이었단 점을 감안하면 사측 역시 최대한의 지원을 감수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욱이 페르노리카코리아 한국법인은 복지가 좋은 것으로 업계에 유명하죠. 그럼에도 노조측은 지난해 회사 상황이 어려운 와중에도 약 11%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즉, 사측은 실적 악화로 회사의 1/2을 도려내면서 구조조정이란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를 두고 페르노리카코리아 입장을 두둔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기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사측이 밝힌 시한은 2월1일.
 
구조조정안 발표한 날이 지난 22일이었음을 감안하면 단 9일만에 의사결정을 하라는 통보와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아침에 실직 위기에 처한 페르노리카 직원들은 사측의 결정에 망연자실했을 것입니다.
 
침몰에 내몰린 회사와 실직위기에 처한 직원들.
 
'생사의 갈림길'로 여겨질 법한 사측과 직원들의 입장에 대해선 그 누구도 쉽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핵심은 '소통의 부재'로 여겨지는데요. 앞서 장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가 회사 위기상황을 조직원에게 충분히 알리고, 이에 따른 조치로 노조와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면, 노사간 갈등이 극한 대치 국면에 달할 정도였을까하는 의문이 남기 때문입니다.
 

'소통의 부재'를 연출한 주인공은 장 투불 대표로 지목됩니다. 프랑스인인 장 투불 대표는 지난 2016년 9월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독선적이고 폭압적인 경영스타일로 소통보단 고집스런 '불통의 아이콘'이었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지속된 주장이었습니다.

 
장 투불 대표 '일방통행' 경영스타일은 최근 직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죠.
 
장 투불 대표는 지난 25일 직원들에게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국내시장에서 완전 철수할 수 있다'는 전자우편을 보냈습니다. '버틸 경우, 모두 침몰할수 있음'을 암시한 협박과도 같은 내용인데요.
 
앞서 장 투불 대표는 지난해 영업총괄 임원 A씨에 대한 갑질 내부 폭로에도 미숙한 대응을 보였고, 노조 파괴 발언을 하기도 하는 등 유독 한국 직원들과 불협화음을 보여왔습니다.
 
더욱이 장 투불 대표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면서 A씨에 대한 징계조치 권고를 했음에도 이행하지 않는 등 한국 정부와도 '불통'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장 투불 대표가 페르노리카코리아 사령탑을 맡은 뒤 한국 법인 실적은 매년 곤두박칠 쳤고, 그 사이 영업정지 처분, 불법리베이트 등 해결해야할 숙제들이 산재한 상황에서도 한달여간 휴가를 떠난 '나홀로 CEO' 행보도 취한 바 있죠.
 
때문에 노조 측은 임페리얼 매각과 인원구조조정이 모두 연계된 것이란 의구심을 거둬들이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임페리얼 판권을 매각하면서 노조를 정리한 뒤 다시 재인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는 게 노조측 주장입니다.  
 
혹자는 말하더군요. 장 투불 대표의 성향과 이익 회수에만 혈안이 된 프랑스 본사 정책으로 한국 직원들과의 '소통', '화합'엔 애초부터 관심조차 없었을 것이라고요.
 
페르노리카 본사 역시 매년 고배당 정책을 실시, 대주주의 투자금 엑시트로 투자보다 이익에 몰두하는 외국자본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페르노리카아시아가 지분 100%를,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은 페르노리카 프랑스 법인의 지주회사인 앨라이드 도메크 홀딩스(Allied Domecq Holdings PLC)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실제,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은 지난 4년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는 중에도 한해 영업이익와 맞먹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프랑스 본사에 지불해왔습니다. 
 
물론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수익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위스키 시장은 침체되고 있고, 그 영향에 한때 위스키 양대산맥으로 꼽혔던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설곳을 잃어가며 수지타산을 도저히 맞출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를 둘러싼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위스키 시장의 침체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은 '소통'이겠지요. 장 투불 대표가 혹은 페르노리카 코리아가 한국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회사의 성장은 직원과 같이하는 것'이란 마인드로 서로간 신뢰를 쌓았다면 어땟을까요.
 
현재 장투불 대표는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머나먼 동양의 나라에 불시착한 장투불 페르노리카 대표. 페르노리카 코리아 사태로 외국계 법인과 외국인 수장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국내에 깊게 뿌리내려지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