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리뷴] '위기를 기회로'…허인 KB국민은행장에 주어진 특명
[핫트리뷴] '위기를 기회로'…허인 KB국민은행장에 주어진 특명
  • 김현경
  • 승인 2019.01.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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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신·영업인프라 강화 전략으로 위기 돌파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허인 KB국민은행장(사진)에게 임금·단체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극에 달했던 지난 2개월은 지우고 싶은 시기였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6일 파행된 노사 임금·단체협상은 24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최종 결렬과 이달 8일 노조 총파업으로 치달으면서 허 행장의 리더십에 상처를 남겼다.
 
지난해 '디지털 전환' 등 굵직한 사업을 도맡으면서도 연일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한 성과로 리딩뱅크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는 허 행장에 대한 평가도 이번 내홍에 빛이 바랬다.
 
노조가 2차, 3차 총파업까지 예고한 탓에 허 행장으로서는 빠른 시일 내 임단협을 완료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결국, 진통 끝에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25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2018년도 임단협을 최종 타결했다.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93.41%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임단협 조정안이 가결됐다.
 
합의안에 따르면 성과급의 경우 사측이 한발 물러나 노조가 요구했던 300% 수준을 수용했다. LO 근속연수 인정과 페이밴드(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하면 임금을 동결하는 제도) 전면 폐지를 주장하던 노조도 한발 물러서 LO 근속연수 및 페이밴드 급여체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데 합의했다. 임금피크제 진입시기도 전 직원이 만 56세가 되는 시기의 다음달 1일로 일원화했다.
 
이번 결과를 두고 노조의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한발 물러서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허 행장에 대해 '협상가' 기질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더십에 대한 우려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다만, 노사 갈등의 최대 쟁점이었던 성과급 지급 규모를 300% 수준까지 올린 탓에 실적에 대한 고민 또한 깊어지게 됐다. 다른 은행에 비해 책임자급 비중이 높다는 점도 국민은행에 부담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민은행의 책임자급 비중은 58.5%로,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물론 대규모 희망퇴직에 따른 판관비 규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성과급 지급에 따른 판관비 증가와 신용 비용증가로 실적 부진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14번째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를 노리고 있는 신한은행과의 리딩뱅크 다툼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올해 경영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울 허 행장의 올해 경영 행보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다.
 
허 행장은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에 주력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압도적인 1등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 조직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디지털 대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을 본격 선언한 국민은행은 현재 온라인과 모바일의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인력, 프로세스, 문화 등 조직 전체에 걸쳐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5년까지 디지털 분야에 총 2조원을 투자하고, 디지털 인재 40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허 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방향을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직원 중심의 KB실현'으로 정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영업 인프라를 강화해 '영업통'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대면채널 혁신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물론, 지역 거점 방식의 'KB금융타운' 구축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동안 다른 은행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온 기관영업에도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서울시 구금고 입성에 성공하는 깜짝 성과를 보였다. 그동안 서울 자치구 금고를 한 곳도 확보하지 못했던 국민은행은 노원구와 광진구 1금고에 선정되며 기관영업 부문 강화의 기회를 마련했다.
 
허 행장의 임기는 올해 11월 말 만료된다.
 
풍부한 업무 경험을 기반으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은행을 젊은 은행으로 탈바꿈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행장 자리에 오른 허 행장이 올해 내부 혁신과 리딩뱅크 수성에 모두 성공할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음은 허인 KB국민은행장의 프로필이다.
 
▲1961년생(58세) ▲1980년 대구고등학교 졸업 ▲1984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7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졸업 ▲1988년 장기신용은행 입행 ▲2004년 국민은행 대기업팀 팀장 ▲2005년 국민은행 동부기업금융지점장 ▲2008년 국민은행 신림남부지점장 ▲2012년 국민은행 삼성타운기업금융지점장 ▲2013년 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 상무 ▲2015년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2016년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2017년 11월 국민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