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좋은 금융권, 현안 마무리…남은 건 실적
'스타트' 좋은 금융권, 현안 마무리…남은 건 실적
  • 김현경
  • 승인 2019.01.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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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실적, 대손비용 상승·판관비 증가로 시장 컨센서스 하회할 것"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연초부터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각 현안을 속속 마무리하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임금·단체협상 파행으로 19년 만의 총파업 등 노사 갈등에 골머리를 앓았던 KB국민은행도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며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이제 금융권의 관심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 달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부진, 판관비 상승 등 대내외적 상황으로 시장 컨센서스 이하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마련한 국민은행 노사는 이날 조합원을 대상으로 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계속된 갈등 끝에 간신히 마련한 합의안인 만큼 찬반투표 가결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노조는 오는 30일 예정됐던 2차 총파업을 취소했다.  
 

다른 은행들도 굵직한 현안을 마무리한 모습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6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승인받았다. 신한금융은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는 KB금융에 비해 보험 사업 라인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17년 KB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겼던 신한금융은 자산규모 32조원의 업계 5위권인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설욕전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오렌지라이프 편입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한금융의 총자산은 490조원으로 늘어, 478조원인 KB금융을 앞섰다.
 
우리은행도 이달 14일,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은행체제로 해체됐던 우리금융지주를 성공적으로 출범하고, 외형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KEB하나은행은 하나·외환은행간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을 4년 만에 마무리하며 '원뱅크' 체제를 구축했다. 그동안 인사·급여·복지제도 차이로 두 은행 출신 직원들 사이에 형성됐던 불편한 기류도 이번 통합으로 해소됐다는 평가다. 
 
각 금융사의 굵직한 현안들이 해결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음달 예정된 실적 발표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리포트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은 KB금융과 신한금융, 우리은행, 하나금융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1조4284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 대비 14.06% 낮은 규모다. 신한금융투자도 이들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시장 컨센서스 대비 23.65% 낮은 1조3521억원으로 전망했다.
 
증권사들이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실적 전망치를 낮춘 이유는 글로벌·내수 경기 악화 등 경기 침체를 대비해 은행들이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면서 대손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각 은행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낸 데 따라 성과급 규모를 대폭 늘리고, 금융사 전반에 희망퇴직 바람이 불면서 판관비 규모가 대폭 증가한 것도 영향을 줬다.  
 
현재까지 은행권에서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국민은행 600여명, 신한은행 230여명, 우리은행 400여명, 하나은행 210여명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노사 임단협 합의에 따라 최대 39개월치의 특별 퇴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신한·우리·하나은행은 최대 36개월치의 특별 퇴직금이 지급된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수적 충당금 적립에 따른 대손비용 상승과 희망퇴직비용을 포함한 계절적 판관비 증가가 (은행) 실적 부진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SR도입에도 완만한 대출 성장세가 이어져 이자이익은 증가할 전망이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과 판관비용 상승이 발생했고, 증시 침체에 따른 비이자이익 감소로 순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연초부터 숙원 사업을 마무리하며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한 가운데,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