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보는 영화이야기④] 영화에서의 소리-선율법
[음악으로 보는 영화이야기④] 영화에서의 소리-선율법
  • 승인 2016.04.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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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유튜브
 
▷ 개론

'선율법' 이라는 법칙은 없습니다.

선율은 그야말로 음악의 얼굴이고 작곡가가 의도한 자신만의 정서이기 때문에 특별한 공식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작곡가 혹은 전문적으로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은 음악이 탄생한 이래 그 무언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무한히 애를 썼습니다만 아쉽게도 그것에 대한 정답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단서는 찾았습니다.

청자들의 입장에서 좋게 느껴지는 선율은 분명히 '친숙한 멜로디'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옛날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그 안에 신선하게 느껴지는 느낌이 포함된 선율을 말합니다.

좋은 느낌의 선율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서양음악이 제 모습을 갖춘 지 벌써 5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것들이 얼마나 뒤바뀔 수 있었겠습니까.

더군다나 대중음악의 선율은 더더욱 한정되어 있습니다.


▶ 들어가기

선율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몇몇 종류가 있습니다.

우선 그냥 무작정 선율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신이 나면 그냥 흥얼흥얼 있는 듯 없는 듯 멜로디를 중얼거리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을 겁니다. 그냥 끝난다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지만 이것을 악보로 옮겼을 때는 작곡이라는 엄청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생각난 멜로디를 악보에 옮겨놓고 그 선율에 화성이나 리듬(국악은 장단 입니다) 등을 가미하면 완성된 곡으로 정리됩니다.

우리나라의 조상들은 그들처럼 떠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선율을 만들어냈습니다.

논일이며 밭일이며 뼈아픈 노동을 하며 그 애환과 시름을 잊기 위해 흥얼흥얼 신세한탄도 하고 가족들 흉도 보고 앞으로의 희망도 곁들여 가며 단순한 형태의 선율을 만들어낸 것이죠. 이것이 바로 유명한 ‘아리랑’, 민요의 탄생비밀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냥 흘려버릴 것이지만 작곡가들은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분명한 차이를 지니고 있음이 다를 뿐이죠.

여러분도 하실 수 있습니다. 악보를 그릴 줄 모르신다고요? 괜찮습니다. 녹음기라는 훌륭한 문명의 이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불현듯 무언가가 떠오르신다면 녹음단추를 누르고 그 녀석에게 중얼거리세요. 얼마 후면 훌륭한 곡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먼저 기본적인 화음의 진행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 적당한 선율을 입히는 방법입니다.

현재의 많은 대중음악가들이 이 방식으로 곡을 만들고 있죠.

파헬벨의 케논으로 만들어진 수 많은 곡이 있습니다. 비틀즈의 Let It Be, 01OB의 이젠 안녕 이 곡들의 편곡과 화음진행은 같습니다.

▲ 비틀즈 Let it be l 출처=네이버음악
 
화음진행을(흔히 코드패턴이라고 말합니다.) 빈 악보에 칸을 나눠 기록합니다. 악기로 이 패턴을 계속해서 연주해 봅니다. 연주하다 보면 결정적인 선율이 떠오르게 되고 그 선율을 기본으로 하나씩 둘씩 옷을 입혀 나갑니다. 새로운 곡의 완성입니다.

마치 장소에 맞게 옷을 갈아 입듯 선율(몸)에 화음, 리듬(옷, 상황에 어울리는 악기)을 입힙니다.

기존에 있는 곡을 응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신이 정말 마음에 드는 곡에서 선율을 차용하여 그것을 응용해 새로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지요.

차용하는 선율은 부분이 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전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음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면 원작자에게 허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표절의 문제가 발생하는 까닭이 바로 이것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누적된 음악의 분량은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더구나 좋게 느껴지는 선율은 이미 한계까지 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곡을 하다 보면 비슷한 멜로디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음악은 위의 방법들을 통해 만들어집니다만 예외의 경우로 음악적이지 않은 소리를 모티브로 음악에 적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 아방가르드 퍼포먼스라고 불리는 이러한 작업들은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는 물론 자연계에서 얻을 수 있는 소리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리들, 심지어는 침묵마저도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들리는 소리 들리지 않는 소리도 음악으로 형상화 합니다. 영상과 음악은 비 선율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합니다.

앞으로 제시한 선율은 정답이 아닙니다. 바꾸어 말하면 그 선율은 임의로 만든 선율이고 각자의 감수성일 뿐입니다.

그러니 그 선율이 주관적 판단에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것은 자제하시고 그런 선율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선율 만들기

선율을 만들기에 앞서 선율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선율은 그 진행 방식에 따라 순차진행, 도약진행으로 나누어 집니다.

순차진행은 한 음에서 다음 음으로 진행하는 방법이(도-레, 레-미, 시-라...) 이웃하는 음으로의 진행을 의미하고 도약진행은 3도 이상(도-미, 레-파, 미-라, 도-도...)  간격이 벌어지는 진행을 의미합니다.

선율을 구성한다는 것은 이 두 가지를 리듬과 조화롭게 결합시켜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순차진행으로만 선율을 만들면 지루해지고 도약만 시키면 균형미가 떨어집니다. 또한 적당히 운용을 했어도 한 가지 음표로만 선율을 만들면 그것 역시 지루해집니다.

선율의 리듬을 구성하는 방법입니다.

반주의 리듬이 세밀하게 쪼개져 있으면 노래 선율은 지속음(긴 음표 2분 음표, 4분음표)을 많이 활용해 정적인 느낌을 주도록 합니다. 반대로 반주의 리듬이 정적이면 선율은 리듬을 나누어 많이 움직이는 방법을 취합니다.

반주와 선율이 같은 리듬을 사용하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주 활용하지 말고 중요한 부분에서 한두 번 정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베토벤 5번 교향곡 1악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띠띠띠 따. 따따따 띠)

▲ 베토벤 5번 교향곡 l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선율을 구성해 나가면서 흔히 산(山)에 비유를 하곤 합니다.

얕은 능선에서 시작해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가파른 굴곡을 겪고 그러다 정상에 올라서 쉬고 천천히 산에서 내려온다. 선율의 구성은 이런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도입 (verse) 부분에서는 주인공 내면을 흐름을, 전개(bridge) 부분에서는 주인공의 동적인 움직임을, 주제 (chorus)에서는 지금까지 참아왔던 모든 정서를 남김없이 토해내고는 마무리(Coda)에 이르러 흥분된 분위기를 갈무리하여 예쁘게 정리하는 것.

대부분의 음악은 이런 형식으로 구성됩니다.

따라서 많은 작곡가들은 작품을 만들며 주제선율을 먼저 만드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내러티브와 함께 영화주제를 먼저 만들고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합니다.

호소력이 있으면서도 납득할만한 주제선율을 만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작곡가들의 고민이 여기에 있습니다.

결정적인 주제선율을 만드는 것 이거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10년을 공부해도 만들 수 없는 작곡가가 있는가 하면 단 한 달 만에 그런 선율을 써내는 천재들도 있지요.

천재는 하늘에서 내리지만 그들은 불운한 경우가 많습니다. 노력가는 시간은 좀 걸려도 꾸준히 자기 몫을 하면서 좋은 일 많이 하니까 서로 비긴 걸로 할 수 지요.

다음은 악보와 연주, 편곡, 시대별(20년 단위) 음악을 준비해 비교하며 무성영화시대의 음악부터 시간여행을 하겠습니다.

음악이론 필요 없습니다. 꼭 필요한 용어는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음악칼럼니스트 심상범 gabrielshi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