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리뷴] R&D투자로 글로벌 제약사 정조준,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핫트리뷴] R&D투자로 글로벌 제약사 정조준,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 전지현
  • 승인 2019.01.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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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7억8500만 달러(약 8808억원) 규모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제약업계는 2019년이 시작되자마자 전해진 유행양행의 기술 이전 소식에 술렁였다. 계약금만 1500만 달러(약 168억원). 이번 기술수출은 유한양행의 3번째 쾌거였다.

 
유한양행의 신약 전략은 R&D를 통해 가능했고, 그 중심에는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있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유한양행의 체질개선을 단행해왔다. 그가 향한 최종 목표는 '글로벌 신약 제조사'.
 
이 사장의 손길이 닿은 유한양행은 '외국산 약품 유통업체'에서 신약을 수출하는 'K-바이오 선두주자'로 거듭나며 국내 제약업계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R&D 투자 확대 강행, '주인없는 회사'서 고집스런 CEO 의지 지속한 '뚝심 경영'
 
이 사장은 지난 2015년 유한양행 사령탑에 올라선 뒤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재선임됐다. 유한양행 평사원부터 수장에 올라 현재까지 42년간 이 회사에만 몸담아온 '유한양행맨'이다. 병원영업부 이사, 유통사업부·마케팅홍보담당 상무, 경영관리본부 전무·부사장, 총괄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 사장이 흔히 말하는 '주인 없는 회사' 키를 거머쥔 뒤 유한양행에는 일대 변화가 일었다.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과 지속적인 신약 연구개발(R&D) 투자가 과감히 단행된 것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벤처, 연구기관 등이 발굴한 후보물질을 도입해 신약으로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전략으로 바이오 벤처에 금액만 2000억원 수준을 투자했고, 그 결과 지난 2015년 9개에 불과했던 유한양행 파이프라인 수는 27개까지, R&D투자 비용은 580억원에서 지난해 1037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덕분에 이 사장은 지난 6개월간 대형 신약기술 수출 계약을 3건이나 달성하는 '잭팟'을 날릴 수 있었다. 더욱이 최근 기술수출에 성공한 물질은 동물실험도 끝나지 않은 후보물질 탐색 전 단계였다.
 
제약업계는 유한양행의 3번제 성공사례가 기술 수출 규모가 크고 NASH 치료제 분야에서 개발속도가 빠른 길리어드가 기술을 사갔다는 점에서 신규물질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이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 반년간 이 사장의 안목을 통해 유한양행이 세 물질 기술수출로 벌어들인 총 계약금은 2조5200만원.
 
때문에 증권업계는 유한양행 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지난해와 달리 큰폭의 이익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증권은 "(유한양행)은 2019년에는 레이저티닙 계약금 300억원이 분기당 50억원씩 인식되고 NASH치료제 계약금 170억원이 1분기 중으로 인식되면서 큰 폭의 이익개선이 전망된다"며 올해 영업이익을 44.5% 상향 조정했다.
 
◆신사업 확장·글로벌 유한, 성장·체질 개선 쾌속질주ing
 
동시에 이 사장은 신사업을 통한 사업확장에도 광폭 행보를 보였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7년 뷰티헬스 전문회사 '유한필리아'를 설립한 뒤, 프리미엄 유아용 브랜드 '리틀마마'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뉴오리진'(2018년) 을 론칭했다. 임플란트 제조업체 워랜텍의 지분 35%를 인수하며 치과사업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신규 사업 검토를 위해 미래전략실을 신설하고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였다. 이 사장의 영역확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현재 의료기기, 감염진단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앞으로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사업을 확장하겠단 의중을 드러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월과 12월 미국 샌디에고 및 보스턴에 유한USA를, 3월에는 우즈베키스탄에 판매법인도 설립했다. 중국시장에서는 지난해 2월에는 1000병상 규모로 2021년 개원 예정인 칭다오세브란스병원에 지분 투자를 했고, 12월에는 유한양행홍콩유한공사를 설립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와 현지화 전략을 통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이 일환으로 올해 경영지표도 ‘그레이트&글로벌(Great&Global)’로 정했다.
 
이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유한 정신을 바탕으로 자신을 위해 회사를 위해 언제 어디서든 일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데 회사는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개인 역량 강화에 더욱 힘써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세건의 기술수출로 R&D 자신감을 확신한 이 사장은 향후 신약개발 제약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 사장은 올해 R&D를 강화해 유한양행 R&D 비용을 매출 목표인 1조6400억원의 10% 수준인 1657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6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자체 신약개발에 나서 유한양행의 체질개선을 진행하는 이 사장의 뚝심 경영은 그의 임기 만료인 2021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90년 넘게 제약업계 강자 자리를 지키는 유한양행의 체질 및 실적 개선을 통해 '제 2의 창업'과 같은 성공신화를 이루는 CEO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