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사 치매보험 각축전…'제2의 암보험'된다
[기자수첩] 보험사 치매보험 각축전…'제2의 암보험'된다
  • 김현경
  • 승인 2019.01.1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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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 지양하고 신시장 개척해 성장 도모해야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최근 경증치매까지 보장하는 치매보험이 인기다.
 
보험사들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차별화 전략으로 경증치매까지 보장하는 보험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한화생명, 동양생명, 신한생명,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치매보험 시장에 진출했고 대형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치매보험 상품 출시를 예고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너도나도 치매보험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경증치매 보장 보험의 손해율을 계산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와 진단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선, 보험사들은 주로 중증치매만 보장해온 터라 경증치매의 손해율을 계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또 경증치매는 중증치매와 달리 판단 기준이 모호해 의사 상담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객이 보험금 수령을 위해 경증치매 증상을 연기한다고 해도 실제 환자인지를 구별할 길이 없어 보험사기 발생 확률이 높다.
 
민원 발생 위험도 크다. 경증치매 확진 판단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약관 해석을 둘러싸고 분쟁이 빈번한 암보험과 즉시연금과 같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올해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원 발생률이 높은 보험상품이 집중 타깃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업계 내부에서도 경증치매 보장에 대한 리스크가 커 손해율이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료 수입보다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이 더 크다는 뜻으로, 영업 손실이 발생한다. 너무 잘 팔려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또 손해율 상승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경증치매 보장 보험 상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보험업계 상품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업계는 세계 경제 침체와 생산가능 인구 감소, 내수경기 부진 등 저성장 기조에 따라 신규 보험 가입이 줄면서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차별화된 보험 상품 출시도 어려워 보험사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하지만, 당장 잘 팔리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방법 외 영업을 지속할 뚜렷한 대안도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듯 지난 16일 열린 손해보험협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용덕 회장은 "보험업계가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영업 방식과 상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원론적인 답변일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출혈경쟁을 벌일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과 상품을 발굴해 성장을 지속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