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트렌드는 ‘주주권 행사 강화’ ‥ 투자전략 재점검 필요
시장 트렌드는 ‘주주권 행사 강화’ ‥ 투자전략 재점검 필요
  • 어예진
  • 승인 2019.01.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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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 국민연금공단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어제(16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을 행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17일 주식시장에서는 장 초반 한진칼과 대한한공이 각각 6%, 3% 이상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기관투자자 행보 주목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단계별 주주권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부터는 횡령이나 배임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선정하고 해당 기업과 비공개 대화에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2020년 부터는 공개 주주활동과 의결권 행사와 연계한 주주활동을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힘이 실리면서 다른 공적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의 기업 의사결정 개입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2019년 1월 현재 국내 총 74개의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확정했고, 36개 기관도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올해 중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 계획을 가지고 있다.
 

 


◆ 글로벌 대형 운용사 시장 진입 ‘관심’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유명한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도 자극을 받아 국내 시장에 적극적인 진입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CEO 존 맥코믹(John McCormick)은 지난해 12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 가장 기회가 많아 보이는 지역’으로 아시아를 꼽았다. 그는 “특히 일본이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도입으로 지배구조에 변화가 보이고 있다”면서 일본 투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일본은 지난 2014년 금융위원회(FSA)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자사주 매입액, 배당성향, 배당 수익률이 모두 증가해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의 목표가 장기 투자가 아닌, 일시적인 경영개입으로 주가를 올린 뒤 시세차익을 내고 떠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들의 간섭을 받은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경영진 교체, 사업 구조 변화, 지분 매각 등을 강요 받기도 한다. 경영 안정성을 침해 당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유명한 엘리엇은 2015년 미국 광산업체 Alcoa 주식을 6.4% 취득한 후 이사회에서 3석을 차지하고 분사를 압박했다. CEO 였던 클라인 펠트의 사임을 유도하기도 했다. 투자 2년만인 2017년에는 보유주식 대부분을 매도 해 104%의 수익을 얻었다.

써드포인트도 2017년 7월 스위스 기업 네슬레 지분 1%를 35억 달러에 매입한 뒤, 네슬레의 실적과 포트폴리오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더해 로레알에 대한 지분 소유는 비전략적이라고 비판하면서 250달러에 해당하는 로레알 지분 23%를 매각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 투자전략과 기업평가 다시 할 때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으로 국내 상장기업들의 투자 재평가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기관들이 기업재무평가 외에 ESG(E:환경/S:책임/G:지배구조) 평가에서 미흡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거나 배제할 가능성이 높아져, 이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297개, 이중 10% 이상인 기업은 대한항공과, 대림산업, 삼성전자, 한솔케미칼, 신세계, 한국콜마 등 80개가 넘는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인 기업의 재무평가 이외에 환경(E), 사회책임(S), 지배구조(G) 등 사회책임투자(ESG)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착하지 않은' 기업에 대 한 투자를 제한하거나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수혜주와 피해주가 나뉠 것 으로 판단된다"며 "시장의 뚜렷한 수급이 부재하기에 종목 교체와 자금 이동에 따른 주가 변동성도 대비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들은 개선이 용이한 배당성향을 상향하고 자사주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평가 자산주에 대한 관심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