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경영참여, 적절한가
[편집국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경영참여, 적절한가
  • 이강혁
  • 승인 2019.01.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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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강혁 기자 / 부국장]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국민연금이 한진칼이란 기업의 경영에 관여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조치가 맞는건지, 한쪽의 여론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경제와 경영을 정치논리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등 입장 차이가 존재하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윤용위원회는 지난 16일 회의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행사 여부 검토를 하도록 했다. 기금운용위원 13명 중 재계를 제외한 8명이 적극적 주주권행사 여부 검토에 표를 던지면서 지난해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의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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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연금 가입자의 재산이 투자된 기업의 가치를 충실히 관리하는 게 목적이지만 최근 사모펀드의 공격을 받는 한진칼의 상황과 맞물린 논란은 적지 않다. 요컨대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적절한 조치냐에 대한 반발이다.
 
특히 한진칼의 경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10% 이상의 지분을 획득하며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권 행사는 국민연금이 펀드의 편에 섰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사모펀드는 주가부양을 통한 차익실현에 목적이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보존해야 수익성이 생기는 국민연금과는 엄밀히 말해 이해가 다르다. 국민연금이 마치 사모펀드에 동조해 그들 이익을 보존해주는 이상한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분명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적용은 배당확대 등 국민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여론에 휘둘려 기업의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할 수 있다는 부작용은 앞으로도 늘 따라다닐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돈의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그 중에서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금액은 123조9000여억원에 달한다. 국내 대부분 기업의 대주주 명단에 국민연금이 빠지는 경우가 드물 정도다.
 
이렇기 때문에 만약 정부가 기업, 시장을 길들이고 싶어할 경우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사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나 사모펀드 등 금융자본에 의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에 긍정적을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연금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올랐다는 연구는 없다”며 “미국에선 기업의 현찰자산을 금융투자자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으로 지나치게 빼 나간 결과, 기업이 투자를 못 하고 인력 구조조정으로 소득과 부의 양극화만 심화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미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 공정위, 국세청, 관세청 등 11개 국가기관이 이잡듯 조사를 벌여왔던 상황. 이 상황에서 국민연금까지 나서는 것은 여론에 휘둘렸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기업의 자율경영을 훼손하는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불거지는 것도 이 대목이다.
 
총수의 잘못된 전횡으로 기업경영이 흔들려서는 안되며, 이를 감시하는 것은 주주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 다만 국민들 한 명 한 명이 평생 차곡차곡 쌓은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를 지켜보는 시선에 기대 이상으로 우려도 큰 이유다. 
 
국민의 돈을 자금줄로 삼아 대기업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례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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