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름다운 인간' 이세돌, '거부할 수 없는' 알파고
[기자수첩] '아름다운 인간' 이세돌, '거부할 수 없는' 알파고
  • 권안나 기자
  • 승인 2016.03.15 2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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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맞붙은 '세기의 대결' 1주일의 여정.

 
 
이번 대국은 호기심과 쇼크, 패배와 승리, 인간과 컴퓨터, 아쉬움과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을 끌어낸 무대였다. 
 
어떤 이벤트가 이토록 전 국민과 세계인에게 이런 놀라움과 감동, 미래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안겨줄 수 있을까.
 
우선 이번 대결은 '인간 이세돌'이라는 '아름다운 인간'을 발견했다는 점이 큰 수확이다.
 
그는 세계 바둑의 최정상을 호령하는 프로바둑인이다. 비금도라는 섬소년 출신인 그는 오만하지않고 겸손했다. 패배에 변명하지않고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승리를 위해 조건을 달지않고 오히려 도전을 선택했다.
 
승패에 집착하지않았고 도전과 호기심을 잃지않았다. 그러면서도 전 세계 바둑인, 전 인류의 체면을 살려주기도 했다. 고뇌와 번민을 드러내기보다는 유쾌함과 위트를 잃지않았다.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있던 바둑은 전 국민의 관심 게임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있다.
 
특히 이세돌 9단은 바둑인의 스타에 그치지않고, 우리 국민의 스타로 주목받아야 마땅하다.
 
그가 보여준 지난 1주일은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 인간'인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해외 언론도 찬사를 아끼지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이세돌 9단과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5대국 직후 이세돌 9단의 강인한 도전정신에 대해 박수를 보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세돌이 마지막 순간까지 투지 넘치는 정신을 보여줬다. 4-1로 졌지만 이세돌이 아름다운 경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또하나의 수확은 바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경각심을 우리 국민 모두가 갖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에 비해 인공지능 기술력이 2년반이나 뒤지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는 발빠르게 인공지능 분야의 창업지원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연구개발 지원금을 130억원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않고 스마트 공장, 보안 서비스 분야 등 인공지능을 응용하는 산업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이론의 여지없이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미래 신성장동력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구글에 필적할 만한 인공지능 투자를 늘려, 뒤처진 기술력의 갭을 좁혀야 할 것이다.
 
10년 뒤 세계경제의 패권이 인공지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소름돋는' 일로 받아들일 있으나,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곁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부인하기어렵다. 더이상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올해 초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다름아닌 ‘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rth Industrial Revolution)’였다. 포럼에서는 우리가 이미 4차 산업혁명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바로 인공지능이다.
 
4차 산업혁명의 그 생생한 현장을 이번 이세돌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여과없이 우리에게 전달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세기의 대결'이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다는 것은 어쩌면 '대한민국 경제'가 최대의 수혜자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세돌 9단의 '아름다운 도전'처럼 우리 기업들의 인공지능 도전도 기대해본다.  

 [비즈트리뷴 권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