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순익 2조, 3000만 고객, 19년만…국민은행 총파업을 바라보는 숫자들
[기자수첩] 순익 2조, 3000만 고객, 19년만…국민은행 총파업을 바라보는 숫자들
  • 김현경
  • 승인 2019.01.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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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못받는 파업…"이익 우선, 고객은 덤 취급" 비난 직면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순익 2조원, 3000만 고객'
 
KB국민은행을 수식하는 화려한 숫자들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2조793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국민은행은 고객수만 3000만명인,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은행이다. 올해에도 국민은행 경영진들은 압도적인 1위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본격적인 공격 경영에 돌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런 국민은행에 또 하나의 숫자가 붙었다. 8일 국민은행이 '19년만'의 총파업에 돌입하면서다.
 
국민은행은 리딩뱅크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현재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현재 노사는 ▲성과급 규모 ▲하위 직군(L0) 근무경력 인정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 폐지 ▲임금피크제 1년 연장 등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각각 다른 사안인듯 하지만, 결국 '임금'을 둘러싼 갈등이다.

 
지난해 12월 6일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파행되고, 24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최종 결렬되면서 이번 총파업은 사실상 예고돼 있었다. 지난달 6일부터 약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양측은 밤샘 협상도 불사하며 대화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상은 서로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얘기만 들려올 뿐이었다.
 
은행 수장들이 매년 한 해 경영성과를 되돌아보는 자리에서 하는 말이 있다. "고객에게 받은 사랑 덕에 성장할 수 있었다. 항상 고객이 중심이 되는 은행이 되겠다."
 
하지만 이번 총파업에서 '고객'은 철저히 배제됐다.
 
이날 총파업 참여 인원을 두고 노조와 사측의 계산이 엇갈리고 있지만, 수치를 보수적으로 잡은 사측 계산만으로도 전체 임직원의 30%가 총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총파업으로 전국 1057개 영업점 중 약 600여곳에서 영업에 차질이 빚어졌고, 총파업 직전까지 은행이 고객에게 미리 총파업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탓에 고객 혼란만 가중됐다.
 
여기에 노조는 앞으로도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3월 말까지 총 5차례의 총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달 30일 예정된 2차 총파업은 자금이 몰리는 설 연휴 직전인 만큼 고객이 느낄 불편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은행 총파업을 두고 고객을 볼모로 국민은행 노사가 '임금'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노조는 이번 총파업이 '임금 인상을 위한 싸움'이라는 시각은 사측의 여론전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총파업을 바라보는 외부 시각이 노조의 바람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측도 총파업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총파업을 노조의 이탈 행위인 것처럼 매도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을 다독이고,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사태가 길어진다면 허인 행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생길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은행은 고객의 자금을 유치하고, 현장에서 고객에게 직접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강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3000만 고객의 사랑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민은행이 그 사랑을 '총파업'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인지 양측 모두 고려해야 할 때다. 
 
더군다나 경제상황이 좋지 못해 서민들의 생활은 더 팍팍해졌고 기업들마저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국민은행 노사의 감정싸움은 길면 길어질수록 더 비난받을 여지가 크다.
 
노사가 모두 한발씩 양보해 빠른 시일 내 사태를 마무리하고, 고객을 위한 '영업 현장'으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