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개월 남기고...위성호 신한은행장의 '불편한 신년사'
임기 3개월 남기고...위성호 신한은행장의 '불편한 신년사'
  • 김현경
  • 승인 2019.01.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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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用 신년계획에 내부에서도 당혹감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기해년 새해를 맞아 금융사 수장들이 올해 경영목표와 1년 계획이 담긴 신년사를 앞다퉈 내놓으며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 디지털 혁신전략 모색 등 각자 나름의 경영전략을 밝힌 가운데 이 중 눈에 띄는 신년사가 있다. 
 
바로 임기만료를 3개월 앞둔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신년사다.
 
위 행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목표를 '관점의 대전환'으로 선정하고 ▲글로벌화·디지털화 및 GIB부문 전문성 강화 ▲편리한 금융 서비스 제공 ▲기업 리스크관리 시스템 정착 ▲따뜻한 금융 등을 전략과제로 제시했다. 임직원들에게 '초격차 리딩뱅크'로의 도약을 위해 힘차게 전진해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초격차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는 위 행장의 포부가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는 이유는 그가 임기를 3개월 앞둔 데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의 차기 신한은행장 내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을 신한은행장에 내정하는 등 계열사 CEO 11명 중 7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그동안 신한금융은 계열사 CEO의 임기가 오는 3월 말 끝나는 만큼 2월 말이나 3월 초 인사를 발표해왔다. 이번 '이른 인사'에 대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경기가 어려워 세대교체를 앞당길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임기가 3개월이나 남은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연임에 고배를 마신 위 행장도 이른 인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달 인사 발표 후 위 행장은 "신한금융의 주요 5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는데 이번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며 "왜 임기 중간에 (인사를) 했는지 저도 그 부분을 잘 모르겠다"고 말해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즉, 이미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의 차기 신한은행장 내정이 확정됐고, 위 행장이 평소보다 이른 인사에 불만을 나타낸 상황에서 올해 경영전략이 담긴 위 행장의 신년사가 배포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진 내정자 입장에서도 이번 위 행장의 신년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3월 진 내정자가 취임할 경우 경영계획을 담은 취임사를 내놓을텐데 취임사가 위 행장의 신년사와 너무 달라도, 너무 같아도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너무 다를 경우, 1년 계획에 맞춰 3개월간 진행해온 업무 방향을 수정해야해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들거나 내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KB금융과 '리딩금융그룹' 경쟁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신한은행에 이런 내부 혼란은 큰 타격이다. 또 3개월 동안 허송세월했다는 뼈아픈 평가가 따라붙을 수 있다.   
 
반면, 너무 같으면 '진옥동의 색깔'을 보여주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진 내정자의 임기가 3월부터 2020년 말까지 1년 9개월인 점을 고려했을 때, 신속하게 '진옥동호(號)' 신한은행 체제를 구축하고 성과를 보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차별점이 없다면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실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점들 때문에 신한은행 내부적으로도 이번 신년사 배포를 앞두고 난처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신년사 배포 전, 진옥동 내정자의 신년사를 배포할 계획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신한은행 관계자는 "안그래도 진 내정자의 신년사를 묻는 분들이 많았는데, 실제로 지금 계신 분은 위성호 행장이어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좀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신년사에 대한 고민을 묻는 질문에 또 다른 신한은행 관계자는 "그러게요"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어쨌든 (위성호 행장이) 임기 전에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실 거고, 진 내정자의 취임사에서는 (경영계획보다는) 각오 정도만 말씀하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 신한은행은 리딩뱅크 도약을 위한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음에도 수장이 경영에 전면 나서기에도, 한 발 뒤로 물러나 있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신년사를 두고 불편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