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국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 '끊임없는 잡음'…"구조조정 전문가 악명"
정문국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 '끊임없는 잡음'…"구조조정 전문가 악명"
  • 김현경
  • 승인 2019.01.0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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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반발에 진통 예상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정문국 신한생명 대표이사 내정자를 두고 신한생명 노동조합이 총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내부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2022년 IFRS17 도입 대비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 대표 선임을 두고 내홍 수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회사 경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신한생명 노동조합은 2일 오전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구조조정 전문가로 악명 높은 정문국 대표의 내정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정식 신한생명 노조위원장은 "건실하게 정도영업의 길을 걸으며 보험업 체질 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신한생명을 보험 전문가가 아닌 구조조정 전문가 정문국 대표에게 맡긴다는 것은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정 대표 선임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인수회사(오렌지라이프) 대표가 인수회사(신한생명)의 대표로 내정된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9월 오렌지라이프와 지분 59.2%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나 아직 금융위원회의 인수 승인은 받지 않은 상태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아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인수기업의 사장이 인수기업의 사장으로 내정되는 것은 듣도보도 못한 이례적인 행태"라며 "구조조정 전문가로 악명 높은 정문국 대표를 내정한 것은 그 이면에 어떤 저의가 있지 않고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신한금융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를 신한생명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오렌지라이프 사정에 밝은 정 대표를 신한생명 수장에 앉혀 두 보험사의 조기통합을 이뤄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에이스생명(현 처브라이프 생명),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등 과거 몸담았던 회사에서 외형 성장과 내실 강화를 이뤄내 경영 성과를 인정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하는 정 대표 내정을 두고 신한생명 노조가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시각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알리안츠생명과 ING생명 대표 시절 순익 개선과 효율 증대 등을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특히, 알리안츠생명에서는 성과급제 도입을 강행해 234일간의 생명보험업계 노조 최장기 파업을 불러일으켰다. 또 이 과정에서 파업에 참가한 지점장 100여명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직원수에 비해 자산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좋아 알짜보험사로 통하던 ING생명도 정 대표 시절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은 바 있다. 2014년 에이스생명에서 ING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정 대표는 부임 직후 총 인력의 20%를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임직원 200여명이 퇴직했다.

 

과거 정 대표가 몸담았던 한 보험사의 직원은 "원래 회사라는 게 인력 감축에서 오는 (비용)효율이 가장 큰데, 정문국 대표는 회사의 효율을 높이는 데 가장 포커스를 두고 있는 인물"이라며 "업계에서도 정 대표가 신한생명 대표까지 될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었는데, 그렇게 발탁한 것을 보면 그쪽(구조조정)에 무게를 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하면 그런 프로세스(구조조정)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정 대표의 내정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천막농성을 비롯한 총력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문국 신한생명 대표이사 내정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계열사의 독립경영과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금융지주사와의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는 신한생명 이사회에서 자격 요건 부합 및 적합성 여부 등을 검증 받은 후 공식 선임될 예정이지만, 노조의 반대가 극심해 신한생명 수장에 오르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