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고도를 기다리며
[엄길청 칼럼]고도를 기다리며
  • 승인 2018.12.2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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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1969년 사무엘 베케트는'고도(godot)를 기다리며'란 희곡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2차 대전 중의 처참했던 작가의 피신경험을 토대로 고도(godot)라는 가상의 인물을 기다리며 그날그날을 막연한 희망으로 사실상 연명하는 인간의 부조리한 존재를 묘사한 희비극이란 평을 받는 대작품이다.


우리말에도 '고도'란 표현은 여럿이 있다. 외딴 섬을 일러 고도(island)하고도 하고, 높은 단계를 지칭해 고도(altitude)라고도 한다. 이 고도란 서로 다른 말들을 머릿속에 넣고 오늘의 몹시 혼란스러운 여러 현실을 생각해본다,

지금 눈앞에서 전개되는 4차 산업혁명은 한마디로 산업의 고도화(altitude)다. 이미 이런저런 곳에서 우리는 고도화되는 산업사회의 전혀 생경한(strange) 작동방식을 보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공유경제란 생활방식의 혁신아이디어를 표방하고 거리에 나서는 카카오 카풀을 오랫동안 공유사회란 고도(godot)를 기다려온 저렴하고 평등한 생활공동체 지향의 여당 정치인들은 이를 가치이반(defection of value)의 모순(paradox)으로 막지 못하고, 우리 사회의 가장 서민생계자인 택시기사를 사회대타협이란 카드를 만지면서 공유이익의 기회비용(opportunity cost)란 이름으로 수용하도록 달래고 있다. 아마도 택시는 이렇게 우리 사회가 주는 얼마간의 퇴역비용(retire compensation))을 받고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어차피 자동차 생산대국인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자율자동차를 계속 생산해 더 많이 수출하려면 언젠가는 겪을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히 개인택시를 일생의 생업으로 알고 애지중지해온 분들도 이렇게 되면 다시 삶의 고도(island)에 갇히고 만다. 과거 우리나라가 석유에너지 시대를 열며 평생을 일한 깊은 산속의 석탄광산을 빼앗기고 속절없이 고도(island)로 떠났던 광부들이 생각이 난다.

이렇게 되면 향후 젊은이들이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목적이 시대의 방향성 탐색이 아니라, 현생인류의 종족생존(survival of species)의 문제로 가게 될 것이다.

이미 생각의 고도(altitude)를 높인 사람들은 이제 지구가 미증유(unheard-of)에 마주칠 더 큰 우려를 생각해 우주 속에 지구와 같은 생태계 환경의 또 다른 행성을 찾기 위해 속속 개별적인 도전에 나서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지구에 불가피(unescapable)하게 엄청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온전히 지금의 삶이 보존되는 초지능형 인공도시를 만들기 위해 이미 설계단계에 있다. 

그러나 그런 시도들은 모두 현 단계로는 아주 극소수의 인류만을 살리는 방식이다. 만일 이런 우려가 현실로 오면, 예컨대 자연대재앙이나 행성충돌이 나타나면 정말 몇몇만 방주(ark)를 탈 수 있는 수준이다. 화성에 짓는다는 일론 머스크의 지구동네도 6만 명 정도고, 빌 게이츠가 애리조나에 만든다는 스마트시티도 8만 가구 정도다. 사실 서울대 유기윤 교수팀이 얼마 전 쓴 논문에도 미래 경제수익이 지속가능한 인구는 0.001%였으니 지구 전체로 약 7만여 명 수준이다. 그럼 나머지는 모두 새로운 구원자인 고도(godot)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운명적으로 고도(island)에 갇히게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글자를 하나를 고치면 전혀 다른 세상을 본다. 고도(altitude)의 영어에서 'L'자를 'T'자로 고치면 altitude가 attitude가 된다.  사고방식(attitude)을 고도화(altitude)하면 이런 세상이라고 대응하지 못할 일은 없다.

그동안 변화에 대한 적응(adoption of change)을 위해 누구나 노력해 왔고, 또 잘해 왔다. 그러면 이제는 진화에 대한 적응(adoption of evolution)을 준비할 차례다.  

생명공학에 요즘 마이크로바이옴(micro biome) 연구가 한창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의 미생물을 말하는 것으로 세포수보다 2배가 많고 유전자보다 100배가 많다고 해 '제2의 게놈'이라고 한다, 이런 미생물 배양을 통해 의료, 제약, 미용, 식품 등의 새로운 연구가 한창이다. 이런 것을 기술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중앙기구에서 관리하던 엄격한 법화의 화폐제도를 개인 간에 자유로운 직거래로 할 수 있다고 '사토시'란 가상인물이 블록체인이란 방식으로 만든 비트코인으로 제안한 암호화폐(crypto-currency) 사례도 따지고 보면 진화과정의 한 사회현상이다.

사고방식의 고도화(altitude)란 현재의 세상 작동원리나 사회구조나 시장기능이나 인간의 근원적 소망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더 세밀히 나누고 더 민첩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을 접근원리로 한다. 다시 말해 마음이나 모습이나 숫자나 기호나 현상이나 구조를 더 극단적으로 세밀하게 나눠 데이터화 해 더 근원적인 것을 알아내고 재현해 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빅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대개는 반대로 과거의 향수(nostalgia)에 젖어 삶이 더 거칠어지고(rough) 더 막연해지고(vague) 덜 묘사적(description)이며 덜 개념적(conceptual)이면 오늘의 진화속도로 부터 그들은 점점 멀어져 끝내 고도(island)로 간다.

편안하고 변함없는 과거(last)가 주는 안도감(security)이 새로운 세상발견의 상실(lost)로 연결되기 쉬운 그 급속한 진화의 경로(critical path)에서 2018년을 보낸다. 

혹시 지금이 만일 미래학자들이 그동안 예언한 특이점(singularity)이라면 2019년이 평범한 새해가 아니라 자고나니 새로운 세상(critical mass)이 기다릴 수도 있다. 더 웅장한 주제를 바라보면서도 더 미세하게 그 안을 들여다보는 안목을 가질 때다,

[엄길청, 글로벌캐피탈리스트/진화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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