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피·글로벌·여성'…롯데그룹, 세대교체 키워드는 '미래사업'
'젊은피·글로벌·여성'…롯데그룹, 세대교체 키워드는 '미래사업'
  • 전지현
  • 승인 2018.12.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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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림이래 최대 인사 단행, 실적위주 세대교체 통해 미래사업 발판 다져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롯데그룹이 내년 농사를 위한 인재중용을 마무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이후 첫 단행한 임원인사를 통해 미래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피를 약진시키고, 여성인재를 전진배치해 섬세하고 꼼꼼한 미래사업에 대비한 모습이다. 내수시장 한계를 뚫고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설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는 이렇게 마무리된 셈이다.
 
21일 롯데그룹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총 3일간 50계열사에 대한 2019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총 284명이 임원으로 승진했고, 이중 여성임원은 10명에 달했다.
 
◆1960년대생 '젊은 피' 수혈, 50대 대표 대거 포진
 
롯데는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자(CEO) 대부분을 1960년생으로 교체했다. BU장에 올랐던 4명의 대표 중 절반을 변경하는 파격인사를 통해 40년 넘게 롯데에 몸 담았던 허수영 화학 BU 부회장과 이재혁 식품BU,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이 퇴진했다.
 
이들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경영했을 당시부터 롯데 핵심 부서에 있었던 인물들로 사실상 ‘신격호 색깔 지우기'란 분석이 나온다.
 

 

대신 주요 계열사 수장으로 1960년생~1970년생을 배치했다. 김교현 화학BU장(1957년생), 이영호 식품BU장(1958년생), 이자형 롯데첨단소재 대표(1957년생),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1958년생), 차원천 롯데컬처웍스 대표(1957년생)을 제외하면 모두 1960년대생이다.
 
이중 배우진 에프알엘코리아 대표는 1971년생, 김진엽 한국에스티엘 대표는 1970년생으로 이번 임원 인사에서 가장 젊은 피로 나타났다.
 
실적이 나빴던 계열사들의 '세대교체'도 눈에 띈다.
 
2016년부터 호텔롯데 면세점 부문 대표를 지냈던 장선욱 대표의 원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였지만, 2년 만에 롯데를 떠나게 되면서 이 자리에는 이갑 대홍기획 대표(1962년생)가 선임됐다. 이 대표는 상품, 마케팅, 기획 전문가로 롯데백화점과 롯데정책본부를 거쳐 2016년부터 대홍기획 대표를 맡아왔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롯데자이언트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문영표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마트 수장에 올랐다. 문 신임 대표는 동남아지역의 할인점 사업 및 물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롯데마트의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꼽힌다.
 
반면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음료BG 대표는 음료 실적을 끌어올리고 수익성을 개선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자형 롯데첨단소재 대표는 2016년 대표 부임 후 양호한 경영실적을 보여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카드 김창권 대표 역시 지난해 대표 부임 후 수익성 중심 경영과 미래사업을 추진해온 점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해외사업 전문가'로 글로벌 행보 확장하는 롯데
 
이번 롯데그룹 인사 핵심은 '해외사업 확장'을 염두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 사업에 대비하기 위해 그룹 전체적으로 폭넓은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신임 화학BU장으로 선임된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1984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롯데케미칼의 신사업을 이끌어 '해외사업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LC타이탄 대표를 맡아 실적을 크게 개선시켰고, 지난해부터는 연매출 16조원에 이르는 그룹 최대 계열사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아왔다.
 
여기에 롯데케미칼 신임대표로는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이 내정됐다. 임 대표 내정자는  그룹내 인수합병(M&A)을 도맡았던 주인공으로 1989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신규사업,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정책본부 국제실, 롯데미래전략센터장,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을 맡아왔다.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그룹 핵심 사업으로, 내년 초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원 넘게 투자한 대규모 에틸렌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4조원을 투입한 복합 석유화학 단지 건설 기공식을 진행할 만큼 글로벌 행보를 확장하고 있다.
 
또 다른 부문인 롯데식품 역시 대규모 M&A를 활발하기 진행하는 분야다. 롯데는 신흥국인 동남아시아 식품부문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인도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중이다. 이영호 식품BU장 내정자는 대규모 투자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마트로 자리를 옮기는 문영표 신임 대표 역시 '해외 경력'이 화려한 인물이다. 문 신임 대표는 1987년 롯데상사로 입사했으며, 2007년 롯데마트로 이동했다.
 
2008년 인도네시아 마크로(Makro)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롯데마트의 해외사업 성장을 주도했고, 2009년에는 인도네시아법인장, 2011년에는 동남아본부장을 지냈다. 2014년에는 국내로 복귀해 전략, 상품, 영업 등의 주요 본부장직을 지냈다.
 
한편, 롯데그룹은 2019년 임원인사를 통해 총 10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9명의 여성 인재가 임원 승진하거나 임원 포스트인 담당으로 승진시켰고, CJ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여성 임원을 총 10명 배출했다.
 
2019년 인사에는 올해 초와 같이 여성 CEO가 탄생하진 않았다. 그러나 김혜영 롯데쇼핑 e커머스 AI연구소장은 상무보A에서 상무로 1년만에 발탁승진되는 '깜짝 인사'가 단행됐다. 김 상무는 향후 롯데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끄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