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새로운 사회
[엄길청 칼럼] 새로운 사회
  • 엄길청
  • 승인 2018.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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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2018년 한국경제를 두고 많은 논란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공언하며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던 현 정부가 현실은 성장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경제를 잘못 운용한 책임론에 부딪쳤고, 급기야는 경제팀을 경질하는 사태를 불러왔다. 그런가 하면 2017년 8월에 대규모 부동산규제책을 발표하며 집값을 사실상 내리게 하려는 조치를 강구한 현 정부가 오히려 올해 서울 집값은 돌연 급등하는 사태를 맞이해 유구무언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수출실적은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무역수지는 100개월이 넘도록 흑자를 기록하며, 나라가 거둬들이는 세수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초과세수가 되고 있어 재정을 더욱 여유 있게 해주고 있다.
 
수출호조의 내용 역시 기존 제품은 물론이고 신제품들이 약진하며, 또 기존 주력시장은 물론이고 새로운 신흥시장에서 선전하며 제품혁신과 시장다변화를 순조롭게 이루는 알찬 결실을 거둔 한해이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비장한 무역 갈등을 초래되고, 독일과 일본에서도 경제회복의 기조가 흔들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 와중에서도 우리는 이런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국가 경제통계를 다루는 입장에서만 보면 지난번 무역의 날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역사적인 수출성과를 자축하기보다는 우리의 성장을 도와준 글로벌 사회와의 포용력 있는 상호발전의 기반으로 공헌해야 한다는 외교적 수사를 국제사회에 던져야 할 정도로 우린 대외경제에서 발군의 빛나는 수출성과를 거둔 한해다.
 
그럼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국내의 경제사회적 난맥상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몇 가지의 경제사회적 통계가 그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하나는 소득분위별 격차의 변화다. 드디어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도달한 지금, 최상위 20%의 5분위와 바로 아래의 차 상위 4분위는 각각 1000만원에서 600만원 내외의 가구당 평균소득을 거두고 있고,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3분위와 서민들은 500만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400만원에서 200만원 내외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그런 가운데 연봉이 1억원을 돌파한사람은 50만 명을 육박한다. 여기에 국민소득 증가요인도 살펴보면 자산소득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소위 국가의 무상지급이 주종인 이전소득 증가가 그 뒤를 이으며, 반면에 자영업이 많이 들어가 있는 사업소득이나, 저임금 근로자가 대부분인 근로소득은 오히려 감소한 통계가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지역소득의 유입유출 통계도 비감한 결과를 보여준다. 서울은 압도적인 지역소득의 유입이 있는 반면, 충남, 울산, 경북, 경남, 충북 등의 지역소득 유출은 상당한 수준이다. 사실 이들 지역은 지역 내 생산만으로 보면 가장 활발한 중심 생산지역들인데 실질적인 지역소득은 밖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와 부산, 대구, 광주 정도가 지역소득 유입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지만 이마저도 그들 인근의 연관지역 생산효과를 충분히 흡수하지는 못한 양상이며, 특히 서울과 가깝고 도시기능이 중복되는 인천은 도시 생산규모 만큼은 유입을 지키지 못했다. 
 
한마디로 현재의 이 상황을 종합하면 국가는 지금 지식엘리트 집단이 우리 경제를 과학기술 주도의 자율지능 생산기반의 산업구조로 혁신하고 있으며, 그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수출제품과 수출시장을 순조롭게 관리하고 개척하고 있으며, 그 소득증가는 최상위 20% 정도의 국민들에는 직접적으로, 차상위 20%에게는 간접적으로 그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시도별로는 서울로 그 효과가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나머지 국민들과 지방경제는 이제 정치적인 논의를 거쳐 사회적 분배정책의 향방에 따라 장래의 가처분 소득이 결정돼 가는 그런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대변하는 국민 계층의 형편과 과제에 따라 심각한 계급투쟁적인 양상으로 돌입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후퇴하는 중산층의 심정을 이해하는 가운데 주로 서민을 대변하는 집권당에서는 집권초의 적폐청산에서 한발 물러나 상위계층과 제도적인 사회적 분배를 위한 대협상을 카드로 들고 있는 것이나, 소수와 소외계층에 관심이 큰 일부 정당은 연합해 연동제 비례대표의원 증원요구를 하고 있는 일들이 이런 절박한 정치적 입장을 보여준다.
 
짐작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제 4차 산업혁명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진행방향이며, 우리는 지금 그 소용돌이에 들어가고 있다. 감사한 일은 우리의 엘리트 지식사회에서 이에 주도적인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점이고, 걱정되는 일은 그동안 안정과 여유의 소망으로 살아온 소위 중산층들이 겪게 될 낙심과 그 가족들의 물리적 통합이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 하는 문제다. 그리고 더 염려되는 일은 서민들과 그 이하의 더 어려운 국민들은 이제 국가소득 배분의  정의로움과 포용이 절실한 사회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은 정말 정치인들이 허심탄회하게 국민들과 기본소득 도입문제를 논의할 시점에 다 달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꿈이 있고 의지가 있는 젊은 국민들은 자기의 꿈을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인 창업지원 안전망이 충분히 마련돼야 할 때이기도 하다. 더불어 어느 집안이나 우리와 인류의 미래를 이끌 지식과 재능의 엘리트 인재들이 나올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교육과 도덕과 사랑과 협력과 공헌의 가정환경을 잘 다듬어 나갈 시점이기도 하다.
 
2018년을 보내며 우린 지금 그런 새로운 사회로 들어가고 있다.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