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난기류 어쩌나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난기류 어쩌나
  • 승인 2016.02.2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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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이 난기류에 봉착했다 ㅣ 비즈트리뷴 DB
 
[비즈트리뷴] 지난해 '땅콩 갑질논란' 으로 홍역을 치른 대한항공이 또다시 '조종사 파업'이라는 난기류를 만났다.

여기에 달러마저 강세를 보이고 있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원화가치 하락, 순손익 악화 우려

지난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27.4원에 거래를 마쳤다. 5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외화부채 이자비용으로 순손실을 낸 대한항공으로서는 속이 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초만해도 원달러환율은 1,100원 ~1,110원 수준이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90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항공기 구입 차입금도 달러로 계산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6266억원으로 전년보다 58.6% 증가음에도 당기순손실 703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키워야했다.

문제는 올해 미국은 다소 지연되고는 있으나. 기준금리를 인상하다는 방침이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은 피할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102억 달러 규모의 외화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9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이규남 노조위원장 영상메시지 ㅣ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조종사, 10년만에 파업 돌입하나

대한항공은 조종사들의 파업결의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조합원 1085명 중 917명, 대한항공 조종사 새노동조합 조합원 760명 중 189명이 찬성표를 던져 전체 조합원 1845명 중 59.9%(1106명)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19일 밝혔다.

노조측은 “당장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준법투쟁 등 순차적으로 수위를 높여 법으로 보장된 단체행동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항공편 출발·도착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조종사 노조가 실제 파업을 하게 되면 2005년 12월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4일간 파업하면서 항공기 총 1569편 중 979편(62.4%)이 결항돼 국내선 승객 9만4000명과 국제선 3만5000명 등 총 12만9000명의 발이 묶였고, 화물 9700t의 수송 차질을 빚었다.

물론 조종사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항공업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 기존 노선의 80%(국제선 기준)는 정상적으로 운항해야 한다.

대한항공 사측은 조종사 새노조가 명부없이 투표를 진행해 문제가 있는 만큼 법적인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행 노조법 등에 따르면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할때 투표자 명부를 갖춰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투표 절차상 위법성이 있어 투표 결과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노동관계법에 따른 필수요소인 ‘투표자 명부’를 갖추지 않고 명부없이 투표를 진행했으며 새노조 찬성표 189명를 제외하면 찬성표가 과반수(923표)에 미달돼 부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종사노조의 쟁의행위는 '준법투쟁' 이 아닌 '의도적인 태업'"이라며 "태업으로 아전운항 저해하거나 법령기준을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여론을 업을 수 있을까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3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측은 1.9%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19일 파업 등 쟁의행위를 가결하고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2015년 임금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평균 1억4천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일반 직원이나 여타 업종에 비교하면 배부른 투정이라고 할 법한 '억대연봉'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항공사들이 2억원∼3억원대의 대우로 국내조종사들에게 이직을 제안하는 제반 환경을 감안하면, 명분은 충분하다는 게 조종사들의 논리다.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리 조종사들이 빡빡한 비행일정과 시차, 궂은 날씨, 열악한 대우로 어디서든 편안한 휴식을 못 취한다는 것을 26년차 조종사로서 뼈저리게 느껴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왜 우리가 요구하는 임금수준이 회장 임금의 30분의 1에도 못 미침에도 터무니없다 하는지, 부기장들은 장거리 비행 중 짧은휴식마저 일등석에서 못 쉬는데 땅콩봉지 하나 스스로 못 까는 임원은 일등석을 마음대로 이용하는지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손님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릴 수 있지만 이러한 불편을 감수해야 그동안 감춰진 불안전 요소를 바로잡을 수 있다"며 "회사의 이익을 빙자해 잘못 시행된 관행을 바로잡아 나가자"고 조합원들의 행동을 독려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조종사 파업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조종사 노조들이 과연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비즈트리뷴 채희정기자 sincerebiztribune@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