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저렴함의 한계
[엄길청 칼럼]저렴함의 한계
  • 엄길청
  • 승인 2018.12.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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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저렴하다(cheap price)는 말과 염가(bargain price)란 말은 그 함의가 사뭇 다르다. 흔히 백화점이나 전문점에서 철 지난 물건을 팔거나, 특별한 시즌에 단골고객을 위한 할인행사로 물건을 팔 때 바겐세일이란 말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에 파는 물건은 글자 그대로 저렴하다, 얼마 전 1,000만 원짜리 소형트럭을 중국이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저렴함의 진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저렴한 차를 선진국들의 기술로 만들었다고 하니 중국이 실제로 가져가는 부가가치는 정말 별게 아닐 텐데, 그들은 그런 발상으로 산업구조를 업그레이드 하려는 모양이다.
 
참 어이가 없다. 지금 모든 선진국들은 저마다 가장 유효한 생산과 지속가능한 소비와 자원보존을 위해 최적의 지능생산 시스템을 찾아가고 있는데 그들은 무슨 인해전술처럼 저렴한 생산전술을 가지고 계속 저렇게 몽니(greed)를 부린다.
 
정말 그렇게도 중국은 대국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시장경제는 차치하더라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민주주의를 실천하면 된다. 현재의 시진핑정부의 낡은 사상의 시계로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시간을 절대 따라올 수는 없다.
 
미국은 지금 중국과 전쟁을 치르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더 이상 미국이란 시장의 선물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적어도 20세기 이후 세계의 제1의 수입시장으로 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유럽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때 미국의 마셜플랜이란 대대적인 경제지원으로 그 시기를 넘겼다.
 
사실 우리도 꽤 오랜 시간 GSP라는 특혜관세로 미국은 물론 여타 선진국에다 물건을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GSP로부터 졸업을 하고 정말 치열하게 노력하며 여기까지 왔다. 기업과 정부와 학교는 국민들과 손을 잡고 우리의 고유브랜드도 만들고, 우리의 고유기술도 개발하고, 기업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을 혁신하고, 자본시장을 자유화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그래서 지금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기계 등에서 최적화 생산운영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 자동차, 조선, 건설 등이 그 뒤로 기술혁신과 경영쇄신을 잇고 있다.

또 그에 그치지 않고 정보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ICT를 비롯하여 바이오, 나노, 환경기술, 신재생에너지, 로봇, 인공지능, 증강현실, 가상현실, 빅 데이터 등으로 우리나라는 하루도 쉬지 않고 변하고 새로워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누가 혼자 뛰어들어 불쑥 알리바바를 만들고 바이두를 만드는 일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오랜 시간을 가지고 그 나라가 겪어야 할 변화가 있고, 사회가 지나가야 할 진통이 있고,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을 치러야만 비로소 이런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얼토당토 않는 15억 명의 잠재적 생산자를 앞세우고  <제조업 굴기>란 단어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일시적인 외환사정만 믿고 아프리카로 남태평양으로 알량한 중국의 자본투자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신 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이다가 궁극으로는 이렇게 사람들이 생산에서 손을 떼야하는 4차 산업혁명을 만난 것이다.
 
이제 더 나아가면 머지않아 선진국 소비자가 다 직접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드는 3D 생산시대도 곧 올 텐데 중국 그들은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한 자신들이 인구대국으로는 누구도 나오지 못한 중진국 함정(소득 7,000달러-15,000달러)에 막 들어가 있다는 사실도 아는지 모르는지.
 
사실 여길 지나온 아시아 나라는 우리나라, 일본, 대만, 싱가포르 정도란 것도 중국은 잘 알아야 할 일이다. 대개 여기서 외환위기와 정치사회적 위기를 만나게 된다.  우리도 소위 IMF사태를 이 시기에 만났지만, 정치적 민주화의 개혁과 글로벌스탠다드로의 경제혁신을 통해 잘 벗어났다.
 
혹시 누구라도 지금 자신의 논리가 저렴함의 가치추구 상황에서 온 행동이라면 멈추길 권한다. 투자의 경우라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일시적으로 염가가 된 것이 아니라 본래 저렴한 것을 찾는다면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국가나 사회의 대중이슈나 개인행동을 생각할 때로 지금 주위에서 흔히 접하기 쉬운 저렴한 시류나 트랜드를 쫒아 맹목적으로 치중한 경우는 없는지 저마다 찬찬히 나 자신을 살펴볼 때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은 대다수의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더 고상해지고 위대해지는 삶의 구조적 환경을 만드는데 그 지향점이 있음을 믿어야 할 시기이다.  이제 저마다 나 자신의 신비하고 신성한 생체적 자기통찰을 통해 스스로 나를 정확히 이해하고 늘 나를 느끼고 나를 찾아가는 일상을 권한다. 그런 가운데 늘 자신을 돌아오고 또 오늘의 나를 보고, 또 내일의 나를 느껴는 진정한 몰입이 곧 나의 위대한 참 세상임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정말이지 갈수록 삶의 지혜는 익명의 인터넷사이트보다 나의 인사이트(insight)가 더 진실한 출처(source)임을 느끼게 한다. 그나저나 이러다간 중국으로부터 돌연한 정치사회적 소용돌이의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공익경영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