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대응 처방전..."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위기대응 처방전..."포트폴리오 리밸런싱"
  • 승인 2016.02.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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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현재 금융시장의 국면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위험회피(Risk-off) 국면’이라 하겠다. 주식을 필두로 한 위험자산의 하락과 금을 필두로 한 안전자산의 상승 구도가 이를 말해준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위험회피 국면은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위험회피 구도를 이끄는 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면적으로는 유가하락이 있다. 다만, 유가 하락도 위험회피의 하나의 현상에 가깝고, 이것이 에너지 관련주의 하락은 설명할 수 있어도, 은행주라든지 일본증시의 급락을 설명하기는 부족한 면이 있다.

결국 금융위기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은행권 불안’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든 것으로 본다.

최근 유럽 은행주의 주가는 2008년의 금융위기와 2012년의 부채위기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연휴 기간 중 채무불이행 우려가 불거진 도이체방크의 경우, 2분기 연속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고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당 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이 보유한 파생상품이 빠르게 부실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에는 이런 은행 부실 문제를 ‘정책(policy)’으로 막아왔다. 이제는 익숙한 단어가 된 QE(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 또한, 정부가 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해줌으로써, 은행의 유동성에 숨통을 틔어주고 장부의 건전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의 구도는 <은행 부실 문제 확대 ->위험회피 현상에 의한 주가 하락 ->정책 대응 및 공조-> 은행 부실 문제 진정 -> 위험선호 현상에 의한 주가 상승>의 패턴을 반복해왔다. 그리고 그 유명한 ‘중앙은행에 대항하지 마라(Don’t fight the Fed)’라는 격언이 널리 퍼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일본에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의 정책은 분명 은행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이었으나, 이번 정책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제까지 시중은행들은 QE로 인해 마련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을 ‘초과지준’의 형태로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이자를 받아왔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실시된 이상 초과지준은 그 자체로 은행에 패널티가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금을 시중으로 돌리고 운용할 필요가 있으나, 지금처럼 글로벌 수요가 부진하고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하여 상품 운용의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는 은행의 위험이 더 커진 셈이다.

이는 곧바로 정책에 대한 의구심으로 연결된다. 전격적으로 추진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이런 부작용을 낳고 있는 마당에, 추가적인 정책 발휘가 쉽겠냐는 것이다.

이는 곧 그간 글로벌 증시의 버팀목이 되어왔던 ‘정책’이라는 동력의 훼손을 의미한다. 아직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울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으니, 작금의 위험회피 국면은 ‘진행형’으로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위험자산을 늘릴 만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극단적인 비관에 빠져서 투매에 동참하는 것 또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아직 중앙은행들의대응, 즉 패(霸)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일정을 보면 유럽 재무장관회담(12일), EU 정상회담(18일), G20 재무장관회담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또 다른 정책의 축인중국의 패 또한 추가 공개될 여지가 있다. 어떠한 정책이 나오는 지, 이에 따라 위험회피 심리가 누그러지는 지를 관찰하고 행동에 옮길 필요가 있다.

비록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에서 지수가 급락했으나, 이는 글로벌 증시 부진과 동조된 측면이 강하여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 핵심 이슈인 ‘은행권 불안’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고려해야겠다. 우리는 여전히 KOSPI 지수가 직전 저점 수준인 1,830pt 대는 지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KOSPI 1,800pt 중반 이하에서는 무리하게 현금을 마련하기보다는 반등 기회를 노려 봄이 좋겠다.

전체적인 현금 비중 조절보다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 리벨런싱>이라고 본다. 위험회피 국면이 연장되면서 주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高 PER 주식들에 대한 차익실현 압력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 주식이다. 이런 종목들의 비중을 축소하고, 업종 대표 대형주들 중 실적이나 펀더멘털의 퀄리티가 높은 종목들 쪽의 비중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길 권고하는 바이다. [삼성증권 박성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