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경영 환경 속, 보험사 CEO 연임 '촉각'
찬바람 부는 경영 환경 속, 보험사 CEO 연임 '촉각'
  • 김현경
  • 승인 2018.11.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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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전반적 부진, '안정성 vs 분위기 쇄신' 선택 기로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IFRS17 도입 대비와 업권 경쟁 격화, 손해율 상승 등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임기만료를 앞둔 보험사 CEO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말에서 내년 초까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NH농협금융지주 보험계열사 등 주요 보험사들의 CEO 임기가 만료된다.
 
올해 말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사장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내년 3월에는 현대해상의 이철영 부회장과 박찬종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미래에셋생명의 하만덕 부회장과 김재식 사장, 조병익 흥국생명 대표, 권중원 흥국화재 대표, 김동주 MG손해보험 사장 등의 임기가 끝난다. 
 
CEO 연임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실적이다. 하지만 올해 보험업계는 대외적인 상황이 유독 좋지 않은 탓에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모습이었다. 
 

우선, 오는 2022년 IFRS17 도입에 맞춰 체질 개선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신계약 판매 규모와 수입보험료가 줄었다. 보험사들은 외형 성장을 이끌었던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리는 체질 개선을 단행하고 있다. IFRS17 아래에서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수입·원수보험료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최근 증시 폭락에 따른 변액보험 수익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고, 손해보험업계도 90%까지 치솟은 자동차보험 손해율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또 업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업비 지출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업계에서는 이번 CEO 연임 결정에 올해 실적뿐 아니라 재무건전성 관리, 보험업 이해력, 조직 장악력 등 다양한 요인들이 고려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서기봉 농협생명 사장은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늘려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농협생명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6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1.8% 급감했다.
 
오병관 농협손보 사장도 올해 3분기 지난해 대비 83.2% 급감한 28억원의 누적 순이익으로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다만, 오 사장은 지난해 말 농협금융그룹 인사 당시 NH농협은행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농협 내 신임이 두터워 올해 연임을 하거나 다른 계열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두 CEO 연임에는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하는 인사인 만큼 신중론도 제기된다. 앞서 김 회장은 연말 인사에서 업무경력과 직무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우수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서기봉 대표와 오병관 대표의 교체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두 대표 모두 농협에서 영향력이 강한 김병원(농협중앙회) 회장과 돈독한 사이인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올해 실적이 상당히 부진했고, 아직 의중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김광수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여서 김광수 회장의 생각이 많이 반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내년 초에는 손보사 '빅4' 중 두 곳의 CEO의 임기가 끝난다. 현대해상의 이철영 부회장, 박찬종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다.
 
이철영 부회장은 2007년부터 현대해상을 이끌어오며 외형 성장은 물론 내실 다지기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업계 장수 CEO로서 현대해상 내부 사정에 밝아 이 부회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대표이사 사장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찬종 사장은 지난 2013년 현대해상 사장에 올라 이 부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다. 박 사장은 경영기획, 총무 업무 등을 맡으며 이 부회장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CEO 모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다만, 올해 실적은 좋지 않았다. 손해율과 사업비율 상승으로 현대해상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감소한 3573억원을 기록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KB손보 사장은 두 번째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올해 3분기 2611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감소한 규모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달 94.5%까지 치솟아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다만, 양 사장은 취임 후 실적은 물론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내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과 김재식 사장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하 부회장은 PCA생명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미래에셋생명을 업계 중위권 강자로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PCA생명 인수 효과로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3분기 지난해 대비 20% 증가한 683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5개 상장 생보사 가운데 누적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미래에셋생명이 유일하다. 하 부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해온 김재식 사장은 지난 16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일찍이 연임을 확정지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이나 KB손해보험이나 상위사로 불리는 보험사들은 원래 보험(영업)을 잘하는 회사들이었다"며 "보험산업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어려운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떠오를 가능성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그동안 회사를 잘 운영해온 CEO들이 당연히 계속 회사를 맡지 않겠냐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