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칼럼] 우수한 자들의 도시
[엄길청칼럼] 우수한 자들의 도시
  • 승인 2018.11.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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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지금부터 30년 전만 해도 미국 기업의 실력은 GE나 EXXON모빌이 가지고 있었다, 기계적 작동기술과 천연에너지의 개발 실력이 곧 힘이던 시절이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그 힘이 골드만삭스나 시티뱅크로 넘어갔다. 이번엔 글로벌하게 모은 투자자금을 폭넓게 운용하는 운용실력이 곧 힘이었다. 그들은 모두 뉴욕의 월가에 모여서 함께 어울려 일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마존이나 구글이나 MS가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온라인 운영체계를 설계한 무형자산의 기업들이다. 이들은 자기들의 지식기반 설계로 평범한 사람들은 흩어져 살아도 되게 만들고, 정작 우수한 자신들은 점점 한자리로 모이는 공룡기업들이다.
 
빌 게이츠는 지금 아리조나의 허허벌판에 3천만평의 땅을 매입하여 자기들의 기업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8만 명 정도를 수용하는 안전하고 똑똑한 완전한(terra-forming) 도시를 만들 모양이다. 이번엔 아마존이 제2의 본사를 뉴욕에서 만든다고 한다. 맨해튼이 아주 가까운 퀸즈의 롱아일랜드에 5만 명이 일하는 전용도시를 만들 모양이다. 이 두 회사는 처음에는 일하는 가격이 저렴한 미국의 외딴 도시인 스타트 업 도시 시애틀에서 성공한 기업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다시 늘 우수한 사람들과 지식과 자본이 모여 사는 전용도시를 만들어 새로운 힘을 만들려고 한다.

일생을 번잡한 직장에서 반복적인 기능 작업의 근로자로 살아온 사람들은 은퇴하면 혼자 지내려고 어딘가 조용한 자리를 찾는다. 어렵게 모은 돈을 털어서 산천이 좋은 조용한 시골에 땅을 마련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시민들의 성향을 의식해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공동체적인 삶을 만들려는 사회복지정책의 증진 성향의 정치인이나 소셜 리더들은 지역균형발전이란 이름으로 평등하고 분산된 발전가치를 내세우며 정권을 잡으면 대도시나 국가의 집중기능을 분산하려고 노력한다. 그런가 하면 나라나 개인의 잉여자본은 가급적 골고루 나누어 가지려 한다. 요즘의 최저임금논의나 보유세 등의 신설논의가 다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참 쉽지 않은 게 세상이다. 과거에 없던 힘도 생기고 가면, 그 생긴 사람들은 더 힘을 모으려 하게 되지만,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려는 소셜 리더들은 이들의 삶을 지켜준다고 애써 하는 일들이 오히려 결과적으로 이들을 더 성공한 사람들과 섞여 살게 하지 않게 하려 한다.
 
마치 서울이나 부산의 대도시 힘을 분산하고, 이들 도심의 재건축을 억제하고 가급적 생활형 도시재생으로 가려는 경향의 정치인들도 그들의 노력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은 이와 다를 바 없다. 이런 결과는 잘못 나쁘게 이해하면 그들은 자신들의 정치기반이 있는 지역의 주민성향을 오래오래 변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도 생길 법한 일이다. 

임금은 나라를 직접 그리고 모두를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우수한 사람들을 모아 한자리에서 통치의 힘을 만들고 이들을 통해 나라를 다스린다. 그래서 그들은 거대한 궁전을 저명한 자리에 짓고 우수한 사람들을 궁전 안에서 일하고 살게 한다. 이른바 지금도 현대국가에 수도가 생긴 이유이고 대기업에 본사가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수도(capital)는 영어로 자본(capital)이란 단어와 같다. 그리고 대기업 본사(headquarter)는 머리(head)와 사방(quater)이라는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이나 자본은 더 모아서 운용하려는 것이 유리하고, 본사는 그 힘이 전 방위로 발휘되어야 하는 곳이다. 언제나 중심극한(central limit)의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구조를 단순히 인간적인 차이나 차별로 인식하고 사회적 리더나 정치인들은 이들의 자본과 인력을 자꾸 흩어 놓으려 한다. 이전에 서울 강북의 우수한 고등학교를 억제한 것도 그런 것이지만, 이번엔 그들이 새로이 강남이나 특목고로 모여 살며 여전히 우수한 사람들은 모여서 교육받고 일생의 우수한 동료가 된다.

이번에 아마존은 제2본사의 조건을 인구가 100만 명 이상이고 국제공항이 45분 이내이며, 고속도로 진입이 5킬로미터 이내로 하여 골랐다고 한다. 이건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가장 우수한 최적의 경제지리 시스템을 찾은 것이다. 부자들의 삶도 그렇다. 일본의 자료를 보면 부자들은 한 동네에 20년 이상 동네장사를 하며 살고, 하루에 20분 이내 거리에서 볼 일을 보며, 가족들이 가까이 산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삶이라기보다 능률적이고 가족적인 생활시스템에 가깝다. 
 
시대가 변해도 실력이 강한 사람들은 언제나 가족을 중심으로 모이려 하는데, 사회적 리더들은 사회적 힘이 약한 사람들을 서로 잘 모르는 지역의 이웃과 같이 생존비용이 저렴하고 안정화된 저비용환경만 만들어 한자리에 모아 두려 한다. 아무리 그런 공동체에서 잘 지내도 사회적 생존동료가 우수한 가족의 단합된 힘을 능가할 수 없으며, 더 이상 공동발전의 동기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때에 따라서 그 놓여 진 자리를 움직이는 못하면 가치는 제한적이다. 요즘 국제원유가 약세이고 아마도 그런 경향은 지속될 것이다. 그들이 이제 가치가 더 있으려면 우수한 사람들이 모이는 힘 있는 지식도시로 가서 직접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중동의 사막 아래에 또는 깊은 바다 속에 누워있다. 그래서 우수한 이들이 모인 도시는 자기 자리에서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를 열심히 찾고 있다. 곧 답이 나올 태세이다.
 
아마존의 새로운 본사가 뉴욕을 찾아온 소식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지금은 돈이나 지식은 가급적 사람들이 모두가 같이 모여 살거나 일로 연결되어 있으면 긴밀하고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반드시 선순환 한다고 믿을 때이다. 물론 일정하게 성공한 사람들의 사회적 연민과 도덕적 성장도 함께 꼭 필요한 세상이다.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공익경영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