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마트 전제품 QR코드 도입, 기대되는 이유
[기자수첩] 롯데마트 전제품 QR코드 도입, 기대되는 이유
  • 전지현
  • 승인 2018.11.1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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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 넘어 O4O 실현…규제 개혁 등 정부 정책 변화 이루어지길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O2O(On-line to Off-line)를 넘어 오프라인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지원하고 오프라인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O4O(On-line for Off-line)를 실현시키는 유통 혁신을 도모하겠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최근 전점포, 전상품 가격표에 QR코드를 도입하며 전한 말이다. QR은 ‘Quick Response’의 약자로, 바코드와 비슷하지만 활용성이나 정보성 면에서 기존의 바코드보다 한층 진일보한 코드 체계다.
 

롯데마트는 지난 12일부터 전점 매장내 주류, 패션, 토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판매 전상품 가격표에 QR코드를 도입한다고 했다. 이제 상품 가격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스캔)하면 상세정보와 상품평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롯데마트 앱(App)을 통해 주문도 가능해진다. 소비자들의 알권리는 물론 구매 편리성까지 한차원 높아진 셈이다. 
 
물론 롯데마트 이전에도 국내 대형마트들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정부정책에 맞춰 병행수입상품에 대해 QR코드만 찍으면 해당상품 품명과 상표, 수입자, 원산지 등 통관정보를 알 수 있도록 '병행수입물품 QR코드'를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올해 초 관세청 결정에 따라 폐기됐다.
 
그사이 홈플러스는 2014년 12월부터 'QR 안심소고기 정보 서비스'를 통해 매장에서 판매되는 소고기에 QR코드를 부착했고, 이마트도 2016년부터 자체브랜드를 비롯한 200여 제품에 한해 이마트 앱을 기반으로 QR코드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이웃국가인 중국에 비해 속도감은 한참 떨어진다. 일례로 최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을 보자. 출연진들은 길거리에서 음식을 판매하는데, 현금이나 카드를 제시하는 중국 소비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대다수 중국 소비자들은 주문과 동시에 스마트폰을 통해 QR코드로 결제한다. 중국에서는 시장에서도 바코드로 결제하는 문화가 그만큼 발달했다는 반증이다.
 
중국은 7년 전부터 'QR코드 결제' 보편화로 일상 생활 속 구매결제가 앱하나로 가능하게 됐다. 모바일 지급결제서비스 이용은 대형마트에서 노점상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년 사이 급격히 늘었고, 노숙자마저 QR코드로 구걸을 하는 상황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의 대형마트 QR코드 도입은 중국에 비해 결코 늦지 않았다. 지난 2011년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이 시도했던 '가상스토어'가 시초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홈플러스 스마트 가상 스토어`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고, QR코드를 스캔하면 앱에 연동해 언제 어디서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하듯 스마트폰으로 쇼핑가능한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국내 유통시장은 이 전 회장의 디지털 유통 혁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사이 이웃나라 중국은 광속으로 QR코드를 결제수단으로 정착시켰다. 한때 국내 선진 유통시스템을 앞세워 중국대륙에 깃발을 꼿던 10년전과 달리 지금의 한국 유통은 오히려 중국의 발달된 시스템에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롯데마트가 이제라도 QR코드 결제를 본격화했다는 것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단순한 기업의 이익실현 관점의 시도라기 보단 국내 유통시장내 최첨단 기법 도입과, 이것을 통해 바뀔 소비자 중심의 경영 진화라는 점에서 기대를 품게 만든다. 대형마트는 매장을 찾는 고객 연령대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해 많은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접점에 서 있다. 이 변화는 4차혁명이 기업들만의 중요성 인지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일상생활 변화를 이끌 것이란 희망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롯데마트의 상품 가격표 QR코드 도입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연결을 넘어 기존 온라인에서 주로 적용됐던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실체있는 경험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고객은 롯데마트 매장에서 한층 높아진 쇼핑편의성과 함께 색다른 경험과 가치를 제공받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내 대형마트들은 QR코드 도입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의 결제 시스템 적용마련에 한창이다. 향후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엘페이(L.pay), 카카오페이(Kakaopay), 알리페이(Alipay) 등 다양한 방식의 결제가 가능한 디지털 매장으로 진화시킬 예정이고, 이마트 역시 모바일 문화의 중심인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게임'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한국 유통산업은 변화에 직면해 있다. 전통적인 내수시장 한계를 돌파해야 살아남는다는 절박함 속에 서 있다. 이미 온오프라인 채널경제는 허물어졌고, 4차 산업혁명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앞으로 3년동안의 4차 산업혁명 대응여부가 앞으로 30년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유통기업들이 지속적인 진화를 향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유다.
 
아쉬운 점은 우리 정부는 국내 유통시장을 버린지 오래라는 점이다. '쌍둥이법(유통산업발전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이 지난 10여년간 국내 오프라인 채널 성장 동력에 불을 꺼버렸다. 규제 일변도 정책의 변화와 시장 발전을 위한 소통의 정부가 절실한 때다.
 
현실과 따로 노는 정부 정책과는 달리 기업들의 자구책 마련 노력은 멈췄던 오프라인 유통 매장을 한단계 진화시키고, 이를 넘어 소비자 생활편의도 견인할 수 있을까. 어쨌든 롯데마트의 QR코드 결제가 재래시장, 노점상에서도 소비자들의 지갑 족쇄를 벗어나게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