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도 어려운데…현대카드·현대캐피탈, 모기업 부실 전이 우려
업황도 어려운데…현대카드·현대캐피탈, 모기업 부실 전이 우려
  • 김현경
  • 승인 2018.11.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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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하락에 "자금조달 차질" 우려도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현대·기아차 판매 부진 여파로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 업권 경쟁 심화 등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신용등급 하락까지 겹치면서 현대카드·캐피탈의 경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국내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0'로 낮췄다. 현대캐피탈은 'A-'에서 'BBB+'로 내렸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하락은 모(母)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대주주 지원 가능성이 약화된 탓이다. 앞서 무디스, 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계속된 판매 부진을 이유로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그룹의 사업 구조상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들은 모기업인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계열사간 부실 전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현재 현대카드의 지분은 현대자동차가 37.0%를, 기아자동차가 11.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각각 59.7%, 20.1%를 갖고 있다.
 
특히,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캡티브파이낸싱(전속금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인 만큼 수익의 대부분을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과 리스 수익의 80% 이상이 현대·기아차를 통해 들어온다. 현대·기아차 판매 부진은 현대캐피탈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카드와 캐피털 업황이 좋지 않은 점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영 위기감을 초래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잇따른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 카드수수료 인하로 결제부문 적자폭이 확대되며 국내 카드사 7곳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급감했다. 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77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0.82% 떨어졌다. 내년 1월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카드수수료율이 더 낮아질 경우 경영 환경이 한층 악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캐피털업계도 국내 자동차 산업 불황으로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중고차 시장 선점에 주력하는 등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자금 조달 비용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신사업 투자 등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이 더 하락하거나 현대카드·캐피탈의 수익성이 계속 부진할 경우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향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카드 신용등급이 BBB0까지 떨어졌는데, BBB- 밑으로 내려가면 투기등급에 해당되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 타격이 매우 크다"며 "카드수수료율이 인하될 것으로 가정하고 내년 수익성에 대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했는데 모든 시나리오가 좋지 않을 정도로 내년 환경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등급까지 떨어졌으니 회사 내부적으로도 위기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