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금융시장의 예기치 못한 리스크
블랙스완, 금융시장의 예기치 못한 리스크
  • 승인 2016.01.12 2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블랙스완 영화의 한 장면 ㅣ 비즈트리뷴 DB
 
 [비즈트리뷴] 블랙스완(black swan)은 시장 참여자들이 발생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는 이벤트를 의미한다.

블랙스완은 정규분포상의 테일 리스크(tail risk)와 비슷한 개념이다. 극히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리스크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별다른 대비 없이 노출돼 충격파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양자의 개념은 비슷하다.
 
블랙스완이라는 개념은 월가의 투자분석가인 나심 탈레브(Nassim N. Taleb)가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발간한 동명의 저서 ‘블랙스완’을 통해 대중화됐다.

이 책에서 나심 탈레브는 금융시장의 블랙스완은 투자자들의 일반적 통념보다 자주 발생했고, 이런 이례적 위험에 대한 상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심 탈레브의 주장처럼 ‘예측 가능한 리스크’를 블랙스완으로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명칭을 붙이건 간에 금융시장에서 주기적인 패닉이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다.
70년대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사례들과 발생 빈도를 검토해 봄으로써 현 장세 대처의 시사점을 얻어보고자 한다.
 
 
■금융시장의 블랙스완은 평균 4년 주기로 발생 – 2016년 경계심을 높여야
 
1970년대 이후 글로벌 증시를 흔들었던 굵직한 이벤트들이 많이 있었다. 달러의 금태환 중단을 선언한 닉슨 대통령의 선언(브레튼우즈 체제 붕괴)에서부터 2011년 여름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까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였던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을 금융시장의 블랙스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진데, 이런 이벤트들은 평균 4.1년에 한번씩 출현했다. 4년에 한번 정도는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쇼크가 발생했던 셈이다. 이는 자산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의미하는 ‘붐앤버스트(boom&bust)’가 4년 주기로 발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에 경험했던 2000년 전후의 IT주식 버블, 2006년 전후의 미국 주택 버블, 2011년 전후의 신흥국 버블 등의 주기를 보면 비슷한 결론이 도출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2016년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시기이다. 크게 보면 2011년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국면에서의 변동성 증폭 이후 비교적 무탈하게 4년 여가 지났기 때문이다. 2011년 이후의 안정화 시기에 미국 증시의 변동성은 90년대 중반 IT 혁명이 주도했던 미국 경제 황금기와 2000년대 중반 그린스펀이 만든 저금리와 중국의 고성장이 겹쳐졌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5년 중반 이후 변동성이 다소 커지기는 했지만, 최근의 변동성 레벨은 역사적 평균보다 훨씬 낮다.
 
세상에 큰 탈이 없을 때 변동성은 축소되곤 한다. 그렇지만 아무 일도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 4년 동안 우리가 경험해 온 변동성이 이례적으로 낮았다면, 오히려 향후에는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직관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16년의 변동성 확대 요인 – 제조업 디폴트 리스크
 
2016년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보이는 취약 지대는 제조업 디플레이션에서 파생되고 있는 일부 신흥국의 소버린 리스크와 기업 재무 리스크라고 본다. 선진국보다 신흥국의 리스크가 크고, 에너지와 소재 섹터에 속하는 기업들의 리스크가 크다.
 
버블의 붕괴는 직전의 경기 확장 국면에서 가장 과잉이 컸던 분야에서 현실화된다. 신흥국의 기업과 가계는 2009년 이후의 양적완화 국면에서 레버리지를 높였다. 최근 7년 동안 선진국의 가계 부채는 연평균 0.4% 감소한 반면, 신흥국은 연평균 13.2%나 급증했다. 기업부채 역시 신흥국의 증가 속도는 연평균 15.3%에 달했다.
 
이미 신흥국 자산 가격은 2011년 이후 4년째 조정기를 거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급자의 축소라는 구조조정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수요가 늘어나지 않으면, 공급을 줄여야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흥국 자산 가격은 추세적 하락의 8부 능선쯤에 와 있다고 보지만, 한계 기업의 퇴출과 마지막 ‘패닉 셀링’이라는 통과의례가 남아있다고 본다.
 
KOSPI 변동성 확대 예상 – 이례적으로 낮았던 변동성을 정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돼

2016년 초 KOSPI는 1,900p선을 크게 이탈하지 않으며 그래도 버티고 있다. 작년 연말 대비 3%를 조금 넘는 조정 강도는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양호한 축에 속한다. 수년 동안 박스권에서 머물면서 오른 게 없으니 조정도 마일드하게 받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블랙스완은 직전까지 나타났던 활황의 반작용이다. 성장에 대한 낙관과 위험에 대한 경시가 ‘검은 백조’를 불러온다.
 
다만 KOSPI도 지난 수년 간 경험했던 것보다는 변동성을 높게 잡아야 할 것이다. 일시적인 과매도와 오버슈팅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2011년 하반기 이후 KOSPI는 1,850~2,050p의 범위에서 움직여 왔다. 연중 고가와 저가의 차이는 300p 안팎에 불과했다. 이런 낮은 변동성은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대단히 예외적인 변동성이다.
 
해외 증시 대비 KOSPI가 상대적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높고, 급락에 따른 단기 반등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짧은 매매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증시 전반의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KOSPI의 변동성도 어떤식으로든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수 년 동안 KOSPI에 대한 비중 확대 레벨은 1,850p를 하회하는 국면이었다. 올 한 해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에 대한 전략적 비중 확대 레벨은 낮춰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디플레 과정에서 탈진하는 국가나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시장의 하방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낮았던 변동성을 정상(normal)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 대우증권 김학균 연구원,  비즈트리뷴 채희정기자 sincerebiztribune@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