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불황에, 직원들 "코딩이라도 배울까"
카드업계 불황에, 직원들 "코딩이라도 배울까"
  • 김현경
  • 승인 2018.10.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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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카드수수료율 또 인하, 정부 일자리 창출 공조까지 '한숨'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직원들이 어학이나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공부에 매달리고 있어요. 자기계발이냐고요? 생존이죠. 카드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한 카드사 임원에게 근황을 묻자 한숨 섞인 답이 돌아왔다. 잇따른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에 직격타를 맞은 카드사 내부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최근 카드업계에서는 은행-카드사 합병설, 매각설, 구조조정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카드사 7곳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89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나 급감했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결제부문 적자폭이 확대된 탓이다.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이 3년마다 인하되면서 결제사업 부문 적자규모는 매년 증가했다. 올해 전망도 좋지 않다. 올해 카드사 결제사업 부문 적자규모는 7063억원으로 추정된다. 2012년 1782억원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3년 주기로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카드수수료율을 조정하는데, 그 주기가 내년 돌아온다. 내년 1월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카드수수료율이 조정되면 카드사 순이익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서민금융' 기조에 따라 카드수수료율 추가 인하는 확실시된 상황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2019년 초 예정된 가맹점수수료율 추가 인하, 서울페이 등 간편결제 확대 가능성 등 정책변수를 고려할 경우 적자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일자리 정책에 맞춰 하반기 공채 규모를 늘려야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카드사들의 올해 하반기 채용 규모는 약 200여명으로 예상된다. 지난해(150명)보다 30% 가량 늘어난 수치다. 현재 하반기 채용을 공식화한 카드사는 삼성카드, KB국민카드(30명), 우리카드(100명), 롯데카드(15명)다. 다른 카드사들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에 신사업 진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용은 늘렸지만 정작 사업 규모는 늘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는 카드사 위기론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고용지표가 계속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일자리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한쪽에서는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데, 또 다른 쪽에서는 대규모 채용 얘기가 나온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