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기술과 자본
[엄길청 칼럼] 기술과 자본
  • 승인 2018.09.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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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나라의 환경이 늘 주변국가로부터 물리적 공격을 받거나 문화의 압박을 받아온 우리의 역사 때문인지 우리는 이웃 나라의 동태(movement)에 참 민감한 사회이다. 우리 주변에는 흔히 말하는 강대국이 대부분 모여 있다. 어찌 보면 이런 환경을 가진 나라는 현재 우리가 유일한 지도 모른다. 특히 지난 역사에서 세계전쟁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나라들이 독일과 이탈리아만 빼고 다 우리의 주변국이다.
 
그 중에서도 한동안 경제성장을 잘 해온 중국의 동정에 우리의 일부 시각은 많은 우려를 보낸다, 특히 그 나라 지도부는 민주적인 자유시민의 정부가 아니라 이전의 공산당에서 그대로 국민들의 경제생활만 서구의 개방시장 체제의 구조를 일부 받아들인 전체주의(totalitarianism) 나라여서 아직도 경제정책을 무슨 전투하듯이 국가와 공산당에서 방향과 속도를 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라든가 굴기(tower high)라든가 하는 그들 국가의 경제발전 방식의 표현은, 세상의 경제적 지식이나 사업적 경험은 누구도 독점하거나 탈취 할 수 없고, 또 자본이 자본만으로는 스스로 자기의 미래보전이 안 된다는 삶의 진리를 잘 모르는 20세기 식 힘의 도전으로 보여 진다.
 
지금 유럽에는 작은 선진국들이 있다. 인구도 많지 않고 기술도 다양하지 않고 자본도 다 합치면 크지 않다, 그러나 국민들의 지식이나, 경험의 공유나, 삶의 철학적 관조능력이나, 개인 소득은 아주 높고 견고하다.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아일랜드, 핀란드, 노르웨이 등등의 나라들이다. 이들은 과거부터 건강하고 강건한 시민사회를 가진 자유주의 정신과 사회적 공동체 가치의 조화를 잘 이루어낸 나라들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매우 자연스럽고 고요하다. 어딘가에 드러난 국가나 사회의 외부적인 의도적 표적이 없다, 그러나 내면의 학문과 기술과 사회경영의 변화는 늘 새로움을 찾아서 사람의 행복을  향해서 스스로 혁신하는 질적(qualitative)인 나라들이다.
 
요즘 우리나라가 반도체에서 사실상 세계를 질적으로 양적(quantitative)으로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걸출한 글로벌 기업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토종(native species)기업이다. 사실 이전의 반도체는 일본의 도시바와 NEC, 심지어 히다찌도 가 우리가 도전하기 어려운 상대로 저만치 앞서 있었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새로운 살길을 찾아 반도체에 뛰어들었고, 다시 어려운 시절을 만나 국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주도하여 당시 삼성, LG, 현대, 아남 등으로 나누어진 생산회사들을 정부가 삼성과 현대로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이후에 시장을 통해 오늘의 삼성과 SK체제로 다시 나누어 놓은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 국가의 반도체 감량경영 개입정책 이후에 나타난 이런 현상은 각본 없고 연출 없는 우리 민간경제의 자연산이다. 그동안 LG반도체를 받아서 정상화를 위해 힘쓰던 경기도 이천의 현대전자에서 오늘의 SK하이닉스로 바뀌기까지 그 회사가 겪은 도전과 고초는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과정이었다. 사실 아직도 SK하이닉스가 온전한 자기 혁신과 미래 보전의 진화역량을 충분히 내재했는지는 분석가로서는 장기투자 의견이 여전히 중립적이다. 그만큼 반도체는 아무나 견디기 어려운 산업이다.

그런데 일부 국내 언론의 여론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두렵다는 내용을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중국이 돈의 힘을 앞세우고 M&A를 통해 사람과 기술을 일거에 가져가려 한다고 걱정을 한다. 특히 반도체 장비회사들의 동향이 더욱 그렇다는 주장도 한다, 중국이 이런 류의 국가적인 의도를 가진 경제행동이 아주 없는 일들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들이 삽시간에 이전에 그 나라에 없던 기술과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자동차 회사가 중국에서 하루아침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어려운 것은 아직도 중상급차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는 현대자동차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조선회사도 우리가 아직도 많은 내부 혁신이 필요하고 석유화학이나 철강, 기계도 여전히 진화(evolution)의 연속이다. 여기엔 기업, 학교, 정부, 자본, 고객 등의 노력이 늘 신경망(neural network)의 복잡계(complex systems)로 작동해야 한다.
 
 늘 더 배우고자 하는 사회적 교육열의 기본의식이 있고, 더 나아지고 잘 하고자 하는 민족정신의 향상의지가 있고, 이웃과 타인을 배려하고 연민하는 인간의 성숙함이 있는 나라와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반드시 누구도 알 수 없는 그 나라만의 시간의 힘 즉 국운(national destiny)이 보태져야 한다. 
 
이제 우리 정도로 우리의 양상으로 성장한 나라는 우리의 생각과 가치와 속도로 우리의 미래 를 정하며 살아도 된다. 이젠 진정한 외부(external)란 없다, 사람이고 사물이고 다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내가 곧 남의 외부이자, 곧 남이 곧 연결된 우리의 내부(internal)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도 우리가 내부적으로 또 외부적으로 더 새로워지거나 자기 진통 속에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는 분야는 조선, 화학, 철강, 기계, 건설 등의 분야로 보여 진다. 이제 시간이 갈수록 그 혁신의 진도(progress)를 우리는 시장에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엄길청,global analyst/global social venture capit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