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이제는 새로운 접경(border area)의 시대
[엄길청 칼럼] 이제는 새로운 접경(border area)의 시대
  • 승인 2018.08.2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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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인구가 1000만이 안 되는 나라도 참 많다.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인구는 크지 않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 누구나 부러워하는 선진국이자 복지국가인 이들은 모두 서울 보다 적은 인구 1000만 명 이하의 나라들이다. 요즘 급성장한다고 하여 관심이 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연안 국가들은 100만 명 또는 그 이하의 정도의 국민들이 살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그들은 국토의 일정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모여서 산다. 특히 리히텐슈타인이나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 모나코는 서울의 1개 구(district)보다 적은 인구를 가지고 그들만의 오손 도손 국가체제를 유지하며 높은 소득을 가지고 어딘가에 집중하여 모여서 살아가고 있다. 
 
도시가 만들어진지 600년이 넘는 서울도 원래는 한양도성(hang yang city castle)을 중심으로 남대문 동대문 등 소위 4대문(4 great gate) 안에 모여 살았다. 행정이나 상업 교육 문화가 그곳에 있었고, 그 성 밖으로 성곽을 둘러싼 서민들의 집단촌들이 형성되어 살았다. 그곳에는 작은 대문들이 있어서 돈화문 돈의문 광희문 혜화문 서소문 등이 경계이자 성 내부와 접경을 이루면 형성되었다.
 
여기서 작용하는 경제발전의 힘이 바로 접경(border area)의 힘이다. 잘 아는 것처럼 노르웨이 오슬로나 스웨덴의 스톡홀름이나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발트 해를 둘러싸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다. 뿐만 아니라 핀란드의 헬싱키나 에스토니아의 탈린이나 라티비아의 리가도 발트 해 연안의 도시로 이들과 매우 가까이 모여 있다. 멀리 북극해에 가까이 있지만 아이슬란드도 항로는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의 인도차이나 반도의 접경도시이고, 룩셈부르크,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모나코도 유럽 내륙의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닿은 접경지대의 작은 나라들이다. 
 
사실 서울도 과거에는 유명한 접경 지역이었다. 삼국시대나 후삼국시대나 한강을 경계로 하여 국경선이 자주 변경하는 지역이었다, 그래서 이곳에는 백제토성 같은 많은 유적들이 그 때의 역사적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박 원순 서울시장이 그동안 개발이 낙후된 한강이북의 서울인 강북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겠다고 커다란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는 이제 시장임기가 마지막인 3번째 임기를 시작한 서울시장으로서 그의 남은 4년의 임기가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웅대한 서울재생 계획을 발표했다. 그것도 전시 쇼라는 일부의 비난을 감수하며 서울 강북에서 가장 어려운 서민들이 살고 있는 미아리지역 인근의 삼양동의 한 옥탑방에서 무더운 여름을 나면서 1달을 부인과 같이 살고 나서 발표한 분명한 큰 보폭의 정치적 이벤트이다. 그가 정치를 그만두지 않는 한 다음 대통령 출마를 목표로 한 서울 강북재생 정책임은 분명하다.
 
그는 왜 지금 이런 선택을 하는가. 마침 정부를 맡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협상의 원칙은 합의했지만 진전이 지연되는 가운데 맞은 8.15 기념식 자리에서 미국을 포함하여 동아시아 6개국의 철도공동체 신설을 제안하는 커다란 정치적 선택을 했다. 중국이 원칙적으로 찬성한 이 정책도 바로 바로 문대통령이 후일 역사의 평가를 의식한 그만의 원대한 동아시아 접경정책이다. 발트 해가 인근 북유럽지역의 발전을 연결한다면, 우리나라는 북한의 개방을 계기로 육로로 일본 중국 러시아 남북한 몽골 그리고 미국을 묶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바로 이 철도연결의 접경효과에는 우리 한반도가 요충지역(important area)이기 때문이다. 일본조차도 이를 이용해야 한다. 문대통령은 이를 위해 경기도와 강원도의 북한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만들고 올해 안에 남북한의 끊어진 철도를 연결하는 착공식을 가지겠다고 했다.
 
바로 이 시기에 서울시장은 강북의 삼양동을 거처로 삼고 강북개발의 아이디어를 발표한 것이다, 바로 그 삼양동에서 북으로 가는 도봉동 일대까지가 바로 역사적으로 이전부터 북방무역의 거래중심지이고 국경선 무역의 중요한 통로였다. 북한 연결의 복원을 앞둔 경원선 철도의 도봉산역 앞의 <누원점>이란 지역은 그 때의 북방교역의 중심지로 지금까지도 역사 속에 전해지고 있다. 서울시장도 바로 북한의 개방이 가져올 서울의 접경효과를 겨냥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울 원 도시 재생을 시작한 것이다. 강북은 원래 서울의 원 도시(original city)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대통령이 만드는 한반도 경제사회 통합의 기류를 타고 그는 서울의 접경효과가 기대되는 지역인 강북지역의 낙후된 지역경제도 개발하고 자신의 역사적 치적도 쌓는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그는 낙후된 지역의 경전철이나 모노레일 등의 도시철도의 신설을 위해 우이선 연장, 면목선 신설, 목동선 신설, 난곡선 신설 등의 착공 목표도 그의 시장 임기 말인 2022년으로 정했다.  그는 달동네 옥탑방을 떠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서울에서 이사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개발이익을 꼭 환수하여 자금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이 언급은 그가 그동안 그렇게 막아오던 여의도 용산 그리고 강남과 서초의 재건축 부동산 시장을 향하는 또 다른 시그널의 목소리로 들린다, 이 신호를 길게 해석해보면 장차 이들 지역은 나왔던 매물이 다시 주춤해질 형국이다.
 
지금 캐나다의 온타리오주 지역을 가보면 많은 건설현장을 보게 된다. 토론토에서 시작하여 미국의 접경도시인 옥빌, 해밀튼, 세인트 캐서리나 지역까지 곳곳이 도로 확장이나 콘도미니엄 건설이나 타운하우스 건설이 줄을 잇는다. 이것은 평소의 석유나 목재 철광석등 자원 부자국가로 자연보호와 조용한 선진국을 지향하는 이전의 캐나다가 아니다. 그들은 지금 바로 그들 곁에서 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다시 세계경제의 중심부로 들어오는 미국의 경제발전을 겨냥하고 접경효과를 의식한 현상들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태통령은 이전의 공업도시로 쇠락한 캐나다 접경의 오대호지역의 러스트 벨트 지역경제를 우선 지원하고 있어서 이 접경효과가 바로 온타리오 일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서부의 밴쿠버도 바로 인접한 미국의 시애틀과 포틀랜드 실리콘 밸리 등의  발전과 연계한 접경효과가 한창이다.
 
서울의 강남도 개발 초기인 1970년대부터 원도시인 강북의 용산구와 마포구와 성동구의 접경지대에서 남쪽으로 한남대교 마포대교 원효대교 영동교 반포대교 동작대교 잠실대교 등의 다리가 놓여 지면서 발전한 곳이 바로 지금의 잠실, 청담동, 압구정동, 신사동, 여의도, 반포, 방배동 등이고 그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내부로 도로가 연결된 곳이 도곡동, 논현동, 대치동, 개포동, 서초동, 양재동 등이다.
 
이렇게 지금 세계와 우리나라는 다시 새로운 접경효과로 기술과 인재와 지식과 함께 정책과 돈들이 집중하고 있다.
 
[엄길청 global analyst/global social-venture capit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