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이재용의 '신속-파격' 경영쇄신…정부규제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기자들의 팩자타] 이재용의 '신속-파격' 경영쇄신…정부규제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 이연춘
  • 승인 2018.08.09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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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삼성이 국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역대 최대 규모의 통큰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삼성의 행보를 두고 반도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서도 삼성은 조정위원회의 중재 방식을 전격 수용하는 등 신속하고 파격적이라고 평가합니다. 이는 과거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고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삼성이 지난 8일 발표한 경영 쇄신안은 투자와 고용 확대, 상생 강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합니다. 삼성의 혁신 역량과 노하우를 개방해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상생협력을 위해 중소기업의 스마트형 공장 전환을 지원하는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팔을 걷어 붙인 셈입니다.

지난달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인도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 부회장에게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려 달라"고 주문한 지 한 달 만이자, 지난 6일 경기도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 이틀만에 화답한 것입니다.
 
다만 이번 삼성의 과감한 발표에 우리 경제의 혁신 성장을 위해 정부도 규제 완화에 나설지 이목이 쏠립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계에선 정부가 삼성의 규제 완화 요청에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합니다. 이는 향후 정부의 대(對)기업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겠죠.   
 


이 부회장 등 삼성의 주요 경영진은 김 부총리와 만난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삼성은 평택단지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 방안, 바이오·5G 등 미래 성장산업의 경쟁력 제고, 핵심산업기술 보호방안 등을 건의한 바 있습니다. 이들 애로사항은 일자리·투자 확대와 미래 먹거리 확보에 연관된 사안들이어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평가됩니다.

현 정부 들어 반기업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삼성이 부응한 만큼 정부가 삼성의 요청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린다고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전합니다.

현대자동차, LG, SK, 신세계에 이어 삼성까지 대기업들의 잇단 투자계획 발표가 설비투자가 18년 만에 처음 4개월 연속 줄어드는 등 극심한 부진에 빠진 국내 투자를 살려내는 마중물이 되기를 재계는 기대합니다. 정부나 기업 모두 누구 탓을 하거나 투자 결정 과정을 두고 왈가왈부할 만큼 한가로운 때가 아니다는 것입니다.

쟤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정부와 삼성 간 불협화음이 해소되고, 향후 국내 경기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의 과감한 투자와 채용은 대내외 악재로 의기소침해 있던 재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경기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건 삼성의 행보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각의 시선으로 퇴색되지 않아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업 환경이 녹록치 않은 요즘 규제 완화와 고용 환경 개선 등 산업계 현장 전반에 대한 애로사항을 청취해야 한다고 일각에선 강력하게 주문합니다. 경제적 자유를 늘려주고 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줘야 일자리도 살아난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기업 규제 수준을 선진국인 독일 수준으로 개선 시 22만여 개의 일자리를 신규 창출할 수 있다 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주요국 정부의 규제 현황을 분석한 연구기관 '프레이저 인스티튜트'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기업규제 자유도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합니다.

한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규제 자유도는 7.15점으로 전체 159국 중 75위에 그쳤습니다. 특히 OECD로 범위를 좁히면 27개국 가운데 23위로 '바닥권'으로 ▲금융규제 자유도는 50위(OECD 15위) ▲노동규제 자유도 142위(OECD 26위) ▲기업 규제 자유도 31위(OECD 15위) 등으로 전 분야에서 2008년 대비 순위가 하락했다고 합니다.

한경연은 기업 규제 자유도를 우리나라와 산업 구조가 비슷한 독일(OECD 9위)과 같은 수준으로 개선할 경우 GDP는 1.7% 높아지고, 신규 일자리가 22만1000여개 창출될 것으로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