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낸 이재용의 '뉴삼성'…멈췄던 '투자·고용' 시계 째깍째깍
윤곽 드러낸 이재용의 '뉴삼성'…멈췄던 '투자·고용' 시계 째깍째깍
  • 이연춘
  • 승인 2018.08.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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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80조 투자·4만명 신규채용…정부에 화답
-AI·5G·바이오·전장…삼성을 이끌 '4대 키워드'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도에서 첫 만남을 가진 지 한달만에 삼성이 앞으로 3년 간 180조원(국내 13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 채용하는 대규모 투자 안을 내놨다. 정부의 혁신성장 요청에 통큰 선물로 화답한 것이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위해 집중하는 4대 미래 성장사업에는 인공지능(AI)·5G·바이오·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이 선정됐다.

삼성은 "투자·고용 수요와 미래 성장전략, 삼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모두 반영한 내용"이라며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실행해 국가경제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뉴삼성'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의 경영 부재와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는 늦출 수없는 현안이었다. 

삼성은 3년 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 채용하는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을 8일 발표했다. 일자리·투자 확대를 강조하는 정부 방침에 맞춰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이 강조됐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4대 미래 성장사업 육성 계획도 포함됐다
 

 

이번 과감함 투자에 이 부회장의 공식적인 경영복귀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삼성의 멈췄던 투자와 고용의 시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최근 이 부회장의 공백상황에서 느려졌던 '뉴삼성'의 경영시계가 이번 투자 채용 계획 발표를 통해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삼성이 2020년까지 180조원의 역대 최대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4차 산업혁명 본격화로 글로벌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총 투자액 180조원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보유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 86조원의 2배에 육박한다.

이 부회장은 무엇보다 삼성이 글로벌 1위를 기록 중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180조원 중 국내에만 13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투자로 인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고용 유발 효과도 약 7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투자 계획에 따르면 총 180조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과 '초(超)격차' 유지를 위해 4차 산업 혁명 기술로 꼽히는 AI, 5G, 바이오 산업에 25조원을 투자한다.

삼성은 이날 AI, 5G,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부품을 4대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180조원 중 국내에 투입되는 비용만 총 13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3년간 연 평균 43조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AI는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이후 해외출장에 나서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분야로 꼽힌다. 지난 5월 한국 AI센터를 허브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러시아 모스크바, 캐나다 토론토 등 글로벌 연구거점을 세우면서 2020년까지 관련 연구인력을 1000명 이상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나왔다.

바이오 산업 역시 그가 '포스트 반도체'로 낙점한 사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 7년만에 글로벌 톱 수준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도 이 부회장의 특별한 관심이 뒷받침됐다는 후문이다. 삼성은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울 수 있도록 투자와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일자리 4만개를 새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채용계획상 3년간 고용 규모는 약 2만~2만5000명 수준이나 최대 2만명을 추가로 뽑는다는 복안이다.

이를 포함한 직간접 고용 유발 효과는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130조원 투자에 따른 효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 40만명, 생산에 따른 고용유발 30만명 등이다.

삼성 관계자는 "투자와 채용 확대는 삼성이 기존 사업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며 AI,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 등 신 산업 분야에서 리더십을선점하기 위한 성장 전략과 내부 수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한다. 삼성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향후 5년간 1100억원을 조성해 중소기업 2500개사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5년간 약 1만5000개의 일자리가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팩토리 지원 대상에는 삼성과 거래가 없는 중소기업도 포함되며, 지방 노후 산업단지 소재 기업이나 장애인·여성 고용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이와 함께 1~2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해 온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기 위해 총 7000억원 규모의 3차 협력사전용펀드(상생펀드 및 물대지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된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은 관계사 이사회 보고를 거친 것으로,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실행해 삼성과 중소기업, 청년이 윈윈(Win-win) 할 수 있고, 국가경제의 지속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