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선 은산분리 규제 완화…합의 실타래 풀까
대통령까지 나선 은산분리 규제 완화…합의 실타래 풀까
  • 김현경
  • 승인 2018.08.0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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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재벌 사금고화" 우려 여전...사회적 합의 난망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권 혁신성장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 은행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 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답보 상태인 혁신성장을 '규제 완화'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지난 6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IT 기업들이 경영 관련 노하우를 가지고 이쪽 비즈니스에 들어와 금융시장을 혁신하고 경쟁을 촉발하면 양쪽의 가치를 조화시킬 수 있다"며 "인터넷전문 은행 등 은산분리 원칙에 막혀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해 규제 완화 입장을 밝혔었다. 
 
금융당국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대표적인 인물로 꼽혀왔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은행의 긍정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 합리적인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문 대통령과 함께 간담회에 참석해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학자 시절 은산분리 완화를 적극 반대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현 시점에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전문 은행 활성화는 국가적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던 정부와 금융당국이 입장을 바꾼 것은 이 규제가 금융산업의 혁신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은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로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10%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최대 4%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모바일 등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출범한 인터넷전문 은행이 이 규제에 막혀 투자금 확보와 혁신 주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렇게 당국 차원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움직임이 구체화하면서 업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 확충을 해야 하는데 현재 구조상으로는 금융주력자들에게 의존해서 갈 수밖에 없어서 일정 부분 한계가 있었고, 혁신을 주도하기에도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일단 자본조달 여력에서 숨통을 틀 수 있게 된다"며 "그런 점에서 환영할 일이고, 회사 차원에서도 혁신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반겼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 측도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과 ICT간 융합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혁신적인 융합 기술의 개발 역량이 있는 ICT기업의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며 "첨단 금융서비스 제공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고, 금융산업의 획기적인 성장의 촉매가 될 수 있도록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 기업은 대폭적인 은산분리 완화의 필요성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친재벌적 정책이며, 은행의 재벌 사금고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산업자본이 은행에 들어올 경우 산업자본의 위기가 금융자본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은산분리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은행이 수탁자인 고객의 권리와 이해보다는 대주주인 총수일가의 이해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며 "이외에도 은행의 재벌 사금고화 문제, 산업자본의 레버리지를 이용한 은행산업 지배, 은행업을 이용한 제품 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백주선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도 "ICT기업에 대한 인터넷전문 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원칙 완화는 다른 산업자본 및 재벌의 은행 소유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