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럭셔리 하우스, 럭셔리 시티
[엄길청 칼럼]럭셔리 하우스, 럭셔리 시티
  • 승인 2018.08.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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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싱가포르와 캐나다는 다 영국의 식민지 출신 독립국이다. 아직도 캐나다는 영국여왕을 국왕으로 삼고 있는 나라이다. 싱가포르도 지금 영연방 올림픽에 열심히 참가한다. 두 나라는 국민소득이 1인당 5만 달러 내외로 싱가포르와 캐나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선진국이다.

그런데 두 나라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국토가 서울정도의 좁은 나라인 싱가포르는 골목 하나만 넘어가도 집값 차이가 엄청나다, 예를 들면 가장 비싼 동네인 오챠드 주변에서 중상류층이 사는 리버밸리는 걸어서도 10분 정도의 인접한 동네이지만, 오챠드주위에는 300억원짜리 콘도가 있고, 리버밸리는 20-30억원 짜리 콘도가 있다. 다시 말해 좁은 나라의 싱가포르에서는 럭셔리 하우스가 아주 밀집한 동네가 특정한 곳에 소수로 모여 있고, 그 중 특정한 단지가 이웃단지와 비교가 안될 만큼 월등하게 비싸다. 300억 원짜리 콘도는 자동차가 거실로 들어가는 구조이다.

캐나다는 국토가 우리 남한의 100배이고, 인구는 남한의 70% 정도이다, 그래서 도시들이 그리 크지 않고 저만치씩 떨어져 산다, 가장 인구가 많고 큰 토론토와 밴쿠버는 비행기로 4시간, 일반기차로는 4일 걸린다, 캐나다의 부자들은 주로 작은 도시에 모여 산다. 인구 2-3만의 소도시에서부터 20-30만의 중소도시가 주로 부유하다, 한 예로 토론토와 조금 떨어진 옥빌이란 도시는 20만 정도의 중소도시인데 2017년 기준으로 주민 평균 소득이 연 16만 달러이고 주택평균가격이 150만 달러인데 이 정도면 캐나다의 10위권 정도의 부유한 도시에 들어간다.
 
반면에 큰 도시인 토론토 주민들의 평균 소득은 5만6천달러 정도이다. 이외에도 캐나다의 더 부유한 사람들은 오타와 주변이나 캘거리 주변의 소도시에 모여 산다. 우리가 흔히 살기 좋아 보이는 밴쿠버 주변은 빅토리아시 정도가 부유한 중소도시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이런 현상이 뚜렷이 없다. 이제 3만 달러에 막 도착한 신참 선진국이라 아직도 중상류층들이 주택시장이나 소비시장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러나 곧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특징으로 보아 캐나다처럼 부유층들의 거주형태가 럭셔리 시티도 적절치 않고, 싱가포르처럼 럭셔리 하우스도 적절치 않아 아마도 럭셔리 타운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머지않아 럭셔리 타운으로 여겨지는 지역들의 주택가격과 그 외 지역은 큰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흔히 인구의 1%를 럭셔리 타운 수요라고 하면 대략 한강변을 둘러싼 압구정, 반포, 이촌동, 여의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부산의 센텀시티 주변도 같은 반열에 올라갈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 지역기반이 아주 협소해 조금은 앞으로의  전망이 제한적이다, 제주도 해운대와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어디든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할 때는 1% 지역이 먼저 주택과 소비가 오르기 시작한다. 캐나다도 2016년 이후 이들 지역에서 10년 만에 소득이 오르고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경기가 바닥을 벗어나게 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럭셔리 브랜드 소비도 살아나기 시작한다. 지금 세계적으로 럭셔리 브랜드 소비도 살아나고 있는데 중국과 인도의 부자들이 돈을 쓴다고 한다. 선두에는 프랑스의 LVMH가 나아가고 에스티로더와 리치몬드가 부상하면서 우리나라 대성그룹 자녀인 김 성주회장의 성주D&D가 50위권에 올라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얼마 지나면 그 아래 10%선의 국민들에게 변화가 나온다. 우리나라도 요즘 상위 10%의 직장인의 연봉이 이제 막 1억 원대에 도달하고 있다.  그러나 집값은 이 소득 부근이 아주 애매하다, 통상 상위 10%의 국민들의 주택가격이 오르면 부동산 과열을 우려한 정부가 나서서 여러 가지 규제책을 발동한다. 요즘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선진국의 부동산 규제가 바로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그 아래 소득계층으로 부동산 가격상승이 가는 것을 차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때 오른 1%대의 부자동네는 더 많은 부를 가지게 된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경제가 불황인 시기에 캐나다의 1%의 부자들은 전체 국민소득 상승분의 90% 이상을 가져갔다. 지금 우리나라는 1%대의 부자가 약 17%정도의 부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도 우리와 유사하다, 캐나다, 호주, 영국 정도가 15% 부근이고, 일본이 10%대 부근이다. 대통령은 이런 점이 참 어렵다. 그대로 두면 상위 1%는 불황에서 더 부가 늘어나고, 경기를 부양시키면 10%대에서 부채를 늘려 그만 과열을 만든다.
 
경기를 제대로 부양하려면 10% 이하의 국민에게 효과가 내려가야 하는데 바로 이 10%대의 부근을 통과하면서 과열이 나타나 결국은 금리를 올리게 된다. 이들이 욕심이 과해져서 없는 돈에 주로 부채를 더 조달해 경기부양 효과에 편승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싱가포르도 캐나다도 지금 다 부동산규제가 발동 중이지만, 럭셔리 하우스나 럭셔리 시티는 건재하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럭셔리 타운들도 그러리라. 또 역시 중상류층들은 여기서 정부의 간섭을 당면하게 된다. 소비 역시 세계적으로 럭셔리브랜드 하우스들의 건재가 예상되지만, 가성비 위주의 어포더블(affordable)한 소비시장은 답보가 예상된다, 
 
[엄길청, global analyst/global social impact capit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