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스튜어드와 거버넌스
[엄길청 칼럼] 스튜어드와 거버넌스
  • 승인 2018.08.0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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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정치는 생물이라고 노회한 정치인들이 자주 쓰는 수사적 표현이 있지만, 정말 정치상황이야 말로 늘 변화무쌍하다. 이번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만 놓고 보면 17개시도 중에서 보수를 정강정책을 쓰는 소속단체장(governor)은 대구와 경북 단 두 곳이다, 무소속인 제주지사도 크게 보면 점진적인 변화의 지향성을 가진 정치인이다.

이번에 국토부와 서울시 부동산정책 고위관리자들이 합동회의를 가졌다. 일견 이례적인 일이기도 한 이 경우는 그 내용을 보면 더 이례적이다. 바로 서울시장이 3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여의도와 용산 일대를 통으로 개발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또 그 언급의 안에는 강남 도시재생 건도 들어가 있음도 대충 짐작이 간다. 마침 국토부장관은 보유세와 종부세를 들먹이며 부동산 규제를 더 강화하려는 시기에 나온 서울시장의 언급내용이고, 또 그동안 보여 온 진보적 입장의 시장으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도시개발 정책 코멘트이다.

물론 그 스토리의 중심에는 단연 임기 마지막을 시작한 현 서울시장이 있다. 이전의 그는 전국에서 여타 지역에 비해 늘 도시정책에서 개발과 성장에서 제한적인 광역단체장(local governor)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변하여 이제 그는 대통령과 거의 대부분의 시도 단체장들이 다 같은 가치관으로 국토이용정책을 합의하고 시행한다면 글로벌 도시로 성장해야 하는 서울시의 독자적인 개발공간을 갖기가 참 어려워진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 지자체도 서초구 하나를 제외하고 모든 구청장이 여당이란 점에서 더욱 시장의 정책선택은 그 정치적 효력이 희석될 입장에 놓였다, 다시 말해 그동안 자신이 강조해온 공정하고 저렴한 도시운영 정책은 대통령이나 여타 구청장이 모두 사용하는 공론화된 정책도구가 된 것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는 두 부류의 시민의 요구가 있다. 하나는 자신들의 생활역량을 발휘하며 자유로운 삶의 기반을 갖기 원하는 일정한 부류의 시민들이 있다. 이른바 스튜워드 노블 카운티(steward noble county)란 단어가 시사하듯이 일정한 고유하고 상업적인 서비스가 존재하는 자신의 소비생활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또 하나의 세계는 시민 대부분이 필요하면 이용하고 살아가기 적당한 어포더블 커뮤니티(affordable community)를 바라는 상당수의 시민들이 있다, 소위 저렴한 생활공동체를 원하는 시민들이란 의미이다. 특히 주거, 교육, 의료, 문화, 직장 등 생활전반에서 지금 강하게 일고 있는 사회적 요구이기도 하다.

서울은 특별시라는 도시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의 서울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인구를 가진 대표도시라는 의미와 함께 행정수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도기능은 하지 않고 그저 규모상의 대도시이다. 그런 점에서 장차 서울의 항구적인 지역발전 모델은 도시 내의 고유하고 특유한 모델을 스스로 찾아내야 할 시점에서 서울시장은 이런 행동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그는 이전과 달리 서울시의 현실적인 재정적 동력이 되는 몇몇 특정한 지역의 시민들도 충실하게 잘 보살피고 관리하는 시장(city management with loyal steward governor)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데 대한 서울시장 자신의 미래정치 외연의 확장일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서울시를 두 임기동안 맡아온 현실인식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다른 편의 국가운영은 아주 강력하고 공정한 집행력(fair governance)이 예상이 된다, 공정한 리더라는 단어에는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란 의미가 있어서 이런 입장에 놓인 정치인들은 공약의 준수에 아주 큰 의미를 둔다. 그래서 저렴한 사회경제공동체로서의 국가기반 변화에 대해 대통령과 대부분의 시도지사들이 임기 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장은 공정한 집행자(fair governor)이면서도  일단의 자유로운 삶의 성향을 가진 일정한 시민들의 요구도 의식한 충실한 시정관리자(loyal steward)로서의 양 날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대통령도 서울시장의 이런 고충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산업혁명의 경제구도는 서울특별시의 역할과 시민의 가치가 압도적으로 커지는 초 지능, 초 연결의 글로벌경제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자이거나 상품마케팅 관련자이거나 자산관리자이거나 서비스 프로모터인 경우에는 점차 충성스런 서비스관리자(loyal steward market)로 변모하는 상업시장 상황에 잘 대비해야 하고, 반면에 중산층의 생활소비 현실은 점점 공공행정력의 지배력이 강해지는 저렴한 경제공동체로의 변화에 잘 대처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중산층 거주지역에서의 섣부른 자영업 개업은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를 돌아볼 때, 실제로 서민들의 저렴하고 공평한 의미의 경제활동 공동체라는 현장을 찾아보면 결국은 이케아나 홈 디포나 아마존이나 구글이나 월마트 등의 공정한 경제생활의 설계자와 그 운영자들은 그 댓가로 이미 천문학적인 부를 만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경제는 이래서 참 어렵다.    
 
[엄길청, global analyst/global social impact capit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