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각자도생
[엄길청 칼럼]각자도생
  • 승인 2018.07.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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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오래 전에 함께 일을 했던 모델에이전시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주도의 어느 레지던스 호텔인데 개별 분양사업을 하는데 광고모델을 섭외하는 내용이었다. 몸담고 있는 학교에 장학금으로 쓰기위해 가끔은 하던 일이다.


원래부터 제주도는 관광호텔 부지가 부족하고 허가가 잘 나오지 않아 황금 알로 여겨지던 사업이 이제는 부동산 투자사업의 하나인 개별 분양형 레지던스 호텔사업으로 변하고 있다, 그만큼 정책적인 대형호텔의 공급이 늘어나 더 이상 호텔사업은 대형자본의 몫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에 투자하려면 향후 운영도 투자자 각자가 개별적인 노력을 해야만 나의 자산가치가 올라가지, 운영자에게만 맡기면 그 결과는 자신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싼 땅에다 비싼 분양가를 받기위해 만든 개발아이디어라면 주변의 배회경제 인프라가 허약해 장기적인 숙박지로서도 가치를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 투자한 개인이나 운영하는 경영자들이나 그야말로 열심히 각자도생해야 하는 것이다. 사전에는 no one backs you up이란 말로 각자도생을 설명한다.

글로벌 사회는 지금 미국의 선공으로 각자도생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2008년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은 유럽연합과 일본과 공조하면서 경제성장의 경착륙과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경주하였다. 연일 회의가 이어지고 연대 정책들이 꼬리를 물면서 이 긴 10년의 세월을 금융위기의 치유에 몰두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은 우선 경기회복의 속도가 어느 정도 살아나자 자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생산여건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한 무역장벽을 치고 있다. 겉으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같지만 미국이 미국으로 수출을 염두에 둔 저가제조의 생산국 모두에게 던지는 예광탄이다.

그들이 지금 사용하는 가장 큰 무기는 금리인상과 관세장벽이다, 그 무기가 지금 동맹국인 유럽과 캐나다의 관세를 올리고 일본의 채권시장을 약세로 몰아가고 있다. 이 기세는 트럼프가 있는 한 쉽사리 꺽이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선진국도 이젠 각자도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마 독일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이런 공세를 이겨내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미국은 트럼프를 앞세우고 당분간 안면을 바꿀 태세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탈리아 같은 납부 유럽의 재정채무국들의 처지이다. 러시아도 남미도 모두 이 형국에 처하면 유사한 곤란을 겪는다.

그런데 중국에서 요즘 경기부양설이 나오고 있다. 상해의 주가도 그 맥락의 일단을 보여준다. 그들 역시 이 말이 사실이라면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금리인상에 들어가는데 중국 같은 개도국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고 재정을 확대하는 일은 정말 위험한 선택이다. 만일 모두가 수요에 굶주린 지금 전 세계가 중국을 시장으로 보고 달려들면 수입수요가 급증해 그들의 내수산업은 생각만큼 좋아지기 어렵다. 그렇다고 여지껏 수출로 성장해온 그들이 미국처럼 관세장벽을 치는 일은 더 어려운 결정이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어떤 도생이 필요한가. 국내의 분위기만 가지고 보면 우선 사회소득의 도입이 필요한 수순으로 보인다. 지금 아직도 시장경제와 근로소득을 통한 저소득층의 생활개선을 시도하는 <소득주도 경제성장>정책을 쓰고 있지만, 갈수록 4차 산업혁명이 가열 차게 진행된다고 보면 일자리는 늘기는 커녕 점점 줄어들고 최저임금으로 근로소득을 개선하려 들면 자영업이나 중소기업이 함께 고사하는 결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사태가 바로 그 한 예이다.

이제는 사회소득을 만져야할 시기이다. 그 재원은 결국 재산이나 소득의 상위계층의 수익성 공간을 적정하게 유지하게 하고 그 수익을 사회소득 재원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얼마 전 박 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의 통 개발 아이디어를 던진 것은 그러한 시각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이 시간에 서울을 맡아보면 이런 선택이 불가피한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뉴욕도 진보적인 현 시장이 맡고 나서 초고충 도시재생이 더 활기를 띤다. 크고 넓고 길게 보면  국토부장관이 너무 집값으로 인한 빈부격차에만 매달릴 때가 아니다.

사회소득은 오랫동안 시장경제에서 사유재산과 개인저축과 중산층으로의 성장을 권유해온 나라에서 도입하기 쉽지 않은 정책이다, 그러나 갈수록 청년, 여성, 중장년, 노년, 심지어 외국인근로자들까지 현재의 산업구조상의 일자리는 점점 숙명적으로 줄어든다. 그렇다고 나라 전체의 경제적 수입이 낮은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과학기술이나 산업화 기반이나 글로벌기업의 경쟁력이나 산학연의 지식기반을 보면 우린 이 정도의 대외적인 국가적 재정수입 역량은 지속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이 수입의 사회적인 배분방식이다. 그것이 기본소득이든 문화생활비 지원이든 가계재정 개선이든 우리 국민들의 재정적 존엄성은 우리 국가의 경제력의 힘으로 지켜져야 한다. 어느 한 유명정치인의 정말 불행한 소식을 들으면서 그가 누구든 재정문제가 얼마나 사람의 가치를 비참하게 만드는지 우린 절감했다.

대통령은 비핵화문제가 중요한 사안이지만 이제는 제도적이고 합리적인 사회소득의 재원마련과 배분제도 도입을 위한 국가적 토론을 시작할 시기라고 본다. 그리고 시장경제는 그 정신 안에서 건전한 활기를 찾도록 지혜롭게 풀어주자. 굳이 말하자면 < 합리적인 시장기반의 사회소득주도의 경제성장>이란 말로 확장하기를 대통령과 그 참모들에게 권한다. 
 
[엄길청 global analyst/global social impact capit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