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누가 배임이냐 묻는다면, 안될 것이라 조언"…롯데 측 변호인의 말
[편집국에서] "누가 배임이냐 묻는다면, 안될 것이라 조언"…롯데 측 변호인의 말
  • 이강혁
  • 승인 2018.07.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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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강혁 기자 / 부국장] "나에게 누군가 이에 대해 '배임이냐'라고 물었다면, 공정하지 않아 중단하는게 좋겠지만 '법적으로 배임까진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신동빈(62·사진)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9차 공판(지난 18일)에서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조사를 하고 각각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사안이 지난 2013년 돌연 뒤집힌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 속에 담긴 발언이다.

 

이전, 그 이전, 그 이전 정부의 조사와 판단. 이제와 이 문제를 법정에서 다퉈야 하는 롯데의 입장. '그때 그랬더라면'이란 문구는 법정다툼 내내 머릿속을 떠다닐 듯 하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한 신 회장의 혐의는 이렇다. 그가 신격호 명예회장과 공모해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 씨 모녀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사업권을 몰아줘 롯데에 774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 극장매점이 적정절차와 과정이 없이 임차했기 때문에 신 회장 측의 배임행위가 성립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직영하는 것이 맞는데 사적 이익을 위해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임대한 행위, ▲경제적 이익을 주기 위해 특정 가족회사에 독점적으로 임차할 기회를 제공한 행위가 배임이란 것이다.
 
검찰과 롯데, 양측이 인정하는 팩트는 '롯데시네마 수도권 매점은 서씨 회사가, 지방 매점은 신 전 이사장 회사가 운영을 맡았다'이다. '손가락 해임'이란 말이 등장했을 정도로 롯데의 절대자였던 신 명예회장의 일방적 결정과 지시, 실행과정에서 신 회장이 얼마나 개입을 할 수 있었는지 등에서는 법정다툼이 크다. 아무튼 매점 사업의 조사과정을 돌이켜 보면 이러했다.
 

 

공정위는 롯데시네마의 임대 사업과 관련한 부당지원을 살피기 위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조사했다. 지난 2008년 1월. 결과는 과징금 경감.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임대료가 낮아 부당지원을 했지만, 2007년에는 임대료를 30% 자발적으로 올리면서 '적정행위'로 판단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를 감안해 과징금의 70%를 경감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1년 뒤 국세청은 과세조차 하지 않았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임대사업에 대해 조사했지만, 2007년부터 2008년까지 2년간 적정 임대료를 적용했으니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당시 롯데는 총수일가의 일감을 몰아준 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감안해 2012년 가족을 향했던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사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로부터 2년 뒤, 당국의 6년 전 판단은 뒤바뀐다. 2014년 2월 국세청은 '임대 자체가 문제'라며 롯데쇼핑에 600억원대 추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2013년 8월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신설된 뒤의 일이다. 그리고 2015년에는 증여의제도 추가된다. 롯데 입장에서는 '그때는 괜찮다'하더니, 수년이 지나 '아니다'라고 하니 기가 막힐 법도 하다.
 
이 부분과 관련해 당시 롯데정책본부에서 이 건을 담당했던 인물인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복수의 감정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법령에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했고, 2007년 이후에는 법적으로 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당시 공정위는 롯데쇼핑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상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추징액 감면까지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행위가 아니란 국가 판단이 있었으니 배임 횡령이라고 판단 할 순 없었을 것"이라며 "이 부분을 법률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참작해 줄 것"을 호소했다.
 
행위 당시의 국가 법령 해석이, 이후에 바뀌었다는 이유로 위법이 되는 것.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모든 국내 기업인들은 모두가 '잠재적 범법자'다. 축구 경기 연장전에서 또는 야구경기 9회말 투아웃에서 뒤집어지는 상황은 팬들에게 기쁨과 환희를 안기는 큰 선물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방침에 따랐던 기업과 기업인에게는 이런 상황이라면, 국가에 대한 억울함과 불신만 깊게 새기는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2007년에 국세청에서 롯데에게 문제가 있다고 했더라면. 이제와서 배임이냐 아니냐, 공모했냐 아니냐 등과 같은 다툼은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