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아는 사람들의 경제로
[엄길청 칼럼]아는 사람들의 경제로
  • 승인 2018.07.19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아는 형님”이란 것이 있는 것을 보았다. 인간관계에서 평이한  수준의 그러나 그래도 좀 서로를 어느 정도 안다고 할 만한 남자 선후배 사이의 표현이 바로 “아는 형님”이란 말이다. 반대로 특별한 사이, 각별한 사이란 말도 있다.
 
요즘 무역의 세계에서는 점점 아는 사람들의 사이로 거래가 좁혀지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미국이 철강제품에 관세를 올리니까 이번엔 유럽연합이 관세를 들고 나온다. 얘기인즉슨 미국에서 막한 제품들이 유럽으로 올 것을 대비한 것이라도 한다.
 
그것도 범용제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중국, 인도,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 등이 주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들은 국제 무역시장에서 제품들을 팔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야말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신흥국들이다. 그야말로 가격 하나 믿고 들어오는 신참들이다.
 
철강시장은 사실 선진국 간의 오래된 “아는 사람”들의 관계이다. 일본과 우리나라가 주로 새로운 공장을 지어 한동안 물건을 보낼 때 까지만 해도 아시아 철강제품의 공급은 선진국으로선 그런대로 괜찮은 상생으로 보았다.
 
그러나 갈수록 그 범용제품의 공급국가가 늘어나고 또 가격도 낮아져서 이젠 자국기업을 보호하지 않으면 나라가 손해가 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기도 하지만 이젠 다시 그들도 자국의 생산 공장을 더 돌리기로 마음먹은 참에 신흥국의 저가 공급은 막아야 할 타이밍이다.
 
압구정 페션거리인 로데오 거리가 다시 살아난다는 소식이 있다. 한동안 임대료가 너무 높아서 하나 둘 이 거리를 떠난 상점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도 있다, “사단법인 압구정 로데오”란 이름의 건물주 단체가 생겨 임차인을 위해 임대료를 절반정도 내려주니 다시 상점들이 돌아오고 또 고객들도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것도 “아는 사람”들의 경제 중의 하나이다.
 
아마도 홍대, 가로수길, 경리단길, 그리고 북촌, 서촌, 최근의 익선동까지 이런 아는 사이의 상생이나 결속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면 정말 이들이 다시 이전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정비된 상태의 공급자들이 강력한 고정상권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과 유럽의 철강제품들이 신흥국의 범용제품을 가격으로 규제하기 시작하면 일본과 우리나라 등의 기존의 미국과 유럽과 아는 사이의 선발 공급자들이 서로 시장을 재결속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즉 이 기회에 우리나라와 일본이 R&D와 스마트공정의 진도를 더욱 높여서 철강제품류의  수출시장 판도를 첨단기술의 혁신기술 제품으로 상향 선회하는 것이다.
 
이러는 동안 유럽이나 미주에서는 폴란드, 체고, 루마니아, 헝가리 등의 나라에서, 미주는 멕시코, 베네주엘라 등의 나라에서 그야말로 그들의 “아는 사람”들의 범용제품을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일이 길어지면 결국 범용시장은 M&A 의 소용돌이에 들어가게 되어 금융시장에 의한 인위적인 공급조정이 일어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철강제품류의 기술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다만 범용제품들의 가격이 후발국의 도전으로 무너지면서 이 분야를 채 정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런 선발공급국의 고민도 결국 미국과 유럽의 아는 형님들이 손을 써 주고 (?)있는 셈이다.
 
일단은 우리의 관련기업 주가들도 당분간은 영향이 있겠지만, 내년도 실적을 만드는데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자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우리의 철강제품류 기업이 있다면 기술적 바닥 탐색을 잘 생각해 볼만하다.  
 
아무튼 세상은 인터넷 속에서 못가는 곳이 없어보지만, 실제의 오프라인의 삶과 거래 관계는 점점 아는 사람들의 사이로 압축되는 과정을 앞두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요즘 지방과 차이가 더 벌어지는 서울 집값의 한 배경이기도 하다.
 
[엄길청 global analyst/global social impact capit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