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항소심] 공짜 급여·매점 임대, "절대자의 일방적 지시였다"
[신동빈 항소심] 공짜 급여·매점 임대, "절대자의 일방적 지시였다"
  • 전지현
  • 승인 2018.07.1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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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9차 공판서 주요 혐의에 대한 신격호 명예회장 주도적 역할 담당 주장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공짜 급여'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미경 모녀에게 제공한 일감이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을 명확히했다.
 

18일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에서는 오후 2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극장 매장 입점 배임과 급여지금에 관련된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9차 공판기일을 진행됐다.

 
이날 신 명예회장을 제외한 신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전 이사장, 신 명예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 등 피고인들이 모두 법정에 출석했다.
 
가장 먼저 법정에 자리한 신 전 부회장와 이후 입장한 서씨는 서로 한마디 인사며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신 전 이사장에게는 동시에 목례로 예의를 차렸다. 신 전 이사장과 서씨는 재판중에 간간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 회장 "환갑때까지 급여통장도 관리 못했다"
 
이날 9차 공판에서는 피고인들 변호인단 모두 '공짜 급여' 혐의에 대한 책임자로 신 명예회장을 지목했다. 신 회장 변호인단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신 회장을 비롯한 모든 자녀들의 급여통장과 주식까지 직접 관리하며 급여 액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 명예회장은 자녀들의 급여 총액와 계열사별 분배안을 연필로 직접 기록해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에게 알려주고 지시하면서도 자녀들끼리는 서로의 급여를 알지 못하게 했다.
 
당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셔틀경영'하던 신 명예회장은 이 같은 자금 현황을 비서실을 통해 한국 방문때마다 2달에 한번꼴로 보고 받았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증감 내역과 사유까지 기제하게 했다.
 
신 회장 측은 "채 사장을 통해 인사실에서 집행하도록 했다"며 "신 회장은 본인의 급여통장을 회장 취임 1년뒤인 2012년에야, 주식통장은 2015년에 넘겨 받았다"며 신 회장과 고 이인원 부회장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결국 신 회장은 친 명예회장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채 전 사장이 '급여가 얼마로 인상됐습니다'라고 말하면 '예, 알겠습니다'라는 수준이었다"며 "형님(신동주)과 누님(신영자)이 그룹 경영에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급여도 지급받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 신 명예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급여가 결정되고 집행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을 철저하게 배재시켰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책임론은 신격호 명예회장 변호인측도 인정했다. 변호인측은 신 명예회장의 불참으로 참고의견만 전하면서도 '신격호 단독으로 책임질 문제'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신 명예회장측 변호인단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아들로써 많은 심부름을 하며, 일본에서 한국롯데를 키우는데 간접적으로 기여했다고 판단해 급여를 지급했다는 설명이다.
 
신 명예회장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롯데호텔 34층을 방문했을 당시, 신 명예회장은 혼자 결정한 것이지 사전에 누군가와 상의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며 "신 명예회장도 본인이 잘못했다면 내가 책임진다 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책임을 신동빈, 신동주에게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의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절대자의 뜻, 거스를 수 없었다"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사업을 총수 일가가 영위한 것을 두고 배임 여부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롯데쇼핑이 직영으로 운영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절차와 과정 없이 임차를 줬기 때문에 주주 및 회사 이익이 철저히 배제해 배임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 측은 "2005년 임대 매출은 39억원으로 직영전환시 168억원을, 2009년엔 임대시 106억원 직영전환시 340여억원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간이 갈수록 수익이 날수 있는 영화관 사업을 가족에게 넘기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과 서씨 측 변호인은 신 명예회장은 모든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하는 '절대적 권력을 가진 절대자'였음을 강조했다. 때문에 신 명예회장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따라야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변호인들은 신 명예회장이 영화관 매점 임대사업에 대한 모든 사항을 직접 지시하고 관리도 했다고 설명했다. 신 명예회장은 '수도권은 서씨에게, 지방은 신 전 이사장에게 맡길 것'을 지시했을 뿐 아니라 회사명부터 대표까지 직접 정했다. 회사 제반 사항도 토요일 오후 단독으로 보고 받았고, 서씨모녀에 대한 배당금마저 매달 나눠 지급하란 지시도 내렸다.
 
신 회장이 이들의 매장 임대 사실을 알게된 시점은 2005년, 시네마 통상이 롯데쇼핑에 편입되면서부터였다.
 
변호인측은 "당시 신 회장은 임대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신 명예회장과의 관계, 신유미 서미경, 신영자 등의 관계로 인해 만류하기 어려웠고,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2013년에 여론이 더 나빠진 것을 기회로 신 총괄회장에게 건의해 매점임대 행위를 중단하도록 했다"며 무죄성립요건중 하나란 주장을 펼쳤다.
 
신 명예회장 변호인측 역시 "영화관 매점 운영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신 명예회장이 단독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재벌 그룹이 안에 있는 식당까지 운영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놓고 그렇지 않다는 판단하에 임차를 준 것일뿐 다른 피고인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장에서는 신 명예회장이 집안에서 '서씨 모녀'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신 명예회장이 이들에 대해 거론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는 이유에서다. 신 명예회장은 자녀들에게 단 한번도 서씨 모녀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없었고, 신 회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서씨를 1심 법정에서 처음, 동생인 신유미씨는 2015년에서야 마주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이 소급입법 처벌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신 회장 변호인측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행위에 대해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나 2009년 국세청에서 2014년 국세청과 같은 해석을 했다면 롯데는 임대 행위를 중단했을 것"이라며 "이 사건의 실체는 국세청의 법령 해석이 변경된 것을 전제로 해석해 기소됐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25일 신 명예회장과 신 전 이사장, 서씨에 대한 조세포탈 및 주식고가매도 관련 심리를 진행한다. 이후 8월내 변론 종결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