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전쟁' 선포 윤석헌…이달 CEO간담회서 칼 빼든다
'금융사 전쟁' 선포 윤석헌…이달 CEO간담회서 칼 빼든다
  • 김현경
  • 승인 2018.07.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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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규제 기조에…금융권 "간담회,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 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들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하자 금융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금융당국이 '전쟁'이라는 어휘까지 사용하며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금융사 CEO들과의 간담회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 원장이 제시한 금융감독의 제1 목표는 소비자 보호다. 그는 금융사의 갑질, 부당대출, 불완전판매 등을 대표적인 근절사례로 지적했다.

 

때문에 금융사를 마치 '적군'인 것처럼 표현하며 날을 세우고 있는 윤 원장을 두고 업계에서는 계속된 규제로 시장 자체가 침체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른 일각에선 윤 원장이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도 높은 감독을 선언한 것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당국의 입장이 워낙 팽팽해 이번 만남이 별 소득 없이 끝날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은 오는 23일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 키코(KIKO) 재조사, 노동이사제 도입 등 지난 9일 금감원에서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방안이 은행권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채용비리부터 대출금리 조작까지 최근 금감원의 주요 표적이었던 은행권에서는 이번 규제 방안을 두고 언급 자체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윤 원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나 대출금리 산정 기준을 금융당국에서 관리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정책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감소될 여지는 있지만 특정 목표치를 정해서 아예 통제하겠다고 하니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채용비리나 대출금리 부당산정 사건들로 은행이 안그래도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어서 또 다시 불똥이 튈까 납작 엎드리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오는 12일에는 증권사 CEO들과 회동한다. 삼성증권 배당사고 이후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온 증권업계에서는 계속된 규제 강화로 시장이 위축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 금리 상승,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최근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규제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증권업종 지수는 최근 한 달새 15% 이상 하락했다.
 
증권사 CEO들은 윤 원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한 중형증권사 관계자는 "윤 원장님이 부임한지 오래되지 않으셔서 '전쟁'이라는 센 어휘를 써가면서 경고를 준 것 같다"면서 "업계에서도 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자율을 토대로 한 효율적인 감독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 금리 상승이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현재 주식시장도 안좋은데 이러다가 자칫 시장이 아예 죽어버릴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보험사 CEO 간담회도 빠른 시일 내 개최될 예정이다. 윤 원장이 민원·분쟁이 많은 암보험과 불완전판매에 대해 집중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보험사 간담회에서도 해당 문제 해결에 대한 회사 차원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도 민간기업일 뿐인데 전쟁이라는 말을 하시면서 금융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마치 범법집단인 것처럼 얘기하시니 답답하다"면서 "특히 보험사는 초장기 상품이 많고, 과실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특성상 다른 금융사에 비해 민원이 많은데 이런 업권의 상황을 전혀 이해해주지 않아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윤 원장과 CEO들과의 만남이 별 성과없이 끝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 자리가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기 보다는 윤 원장의 요구를 듣는 것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금융사와의 전쟁'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당국에서 보여주기식 감독에서 벗어나겠다고 대대적으로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금융사 CEO들과 만났다고 해서 이 입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