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항소심] "대통령 말 따랐을 뿐인데 …억울하다"
[신동빈 항소심] "대통령 말 따랐을 뿐인데 …억울하다"
  • 권안나
  • 승인 2018.07.0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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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트리뷴=권안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등과 관련된 항소심 피고인 신문에서 기업인의 입장에서 정부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에 대해 설명하며, 특히나 경영권 분쟁 등의 오점이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현안을 들어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강승준 재판장) 심리로 열린 항소심 7차 공판에서 신 회장은 피고인 진술 기회를 얻어 직접 적어온 종이를 들고 "청와대에서 스포츠 관련 국가적 사업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인원 부회장에게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 뿐인데 면세점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며 1심에서 유죄를 받고 법정구속까지 돼서 억울하기도 하고 뭐가 잘못된건지 이해가 안된다"고 호소했다.

신 회장은 "대통령이라는 존재는 기업인에게 굉장히 두렵고 힘이 센 최고 권력자로 생각했기에 국가사업 협조 지원 요청 받으면 큰 문제없는 한 당연히 따를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과거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아서 기업이 공중분해 됐다는 말을 듣고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 측은 특히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공정위, 국세청, 금감원을 동원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들어오던 당시 상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단은 "정부는 사상 최대 수사인력을 동원해서 (롯데그룹의) 10여개 계열사 대대적 압수수색을 4개월간 진행했고, 이 기간 사실상 업무가 마비됐다"며 "당시 추진하던 호텔롯데 상장과 듀티프리 아메리카 인수, 호텔롯데 유럽호텔 인수 등이 좌절되고 주가 2조원이 증발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신규 특허 탈락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게 롯데 측의 주장이다.

이에 검찰 측은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전에 안종범 수석과 만나 면세점에 관한 청탁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 측은 "롯데그룹에서는 안 전 수석을 면세점 재취득을 위한 이해관계자 1순위로 삼았고 당시 면담은 소진세 사장이 안 전 수석에게 수차례에 면세점 청탁을 하면서 만나달라고 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신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롯데가 면세점 심사에 탈락한 것은 경영권 분쟁의 여파라고 생각하고 2015년 하반기부터 다수의 정치인과 언론계, 재계 인사들을 만나 롯데그룹과 나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일본 공장에 있던 신 회장에게 대통령이 만나기를 원한다는 연락을 취해왔고, 신 회장은 대통령이 롯데그룹에서 물러나라고 할 것이 두려워 대통령의 의중을 미리 살피기 위해 안 수석을 먼저 만났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고 혼잡스러운 분위기도 모두 수습했다고 설명했다"며 "당시 경영권 분쟁으로 나는 박 전 대통령에게 ‘죄인’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면세점 특허 재취득의 현안을 청탁한다는 것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경영권 분쟁에 대한 사과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 ▲롯데그룹의 일자리 창출 계획 이 세가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중 손실된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평창올림픽에 경제활성화 방안에 대해 15분에서 20여분 동안 공들여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따르는 올림픽과 달리 경제올림픽으로 거듭난 '런던올림픽'을 예로 들었고, 20여 페이지 분량의 별도의 자료까지 준비해갔다고 덧붙였다. 롯데 측은 이같은 자료가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한편 검찰 측은 신 회장이 대통령 독대 이후 이인원 전 부회장에게 청와대에서 연락이 올 수 있으니 잘 처리하라는 진술을 했지만, 통화 기록 상으로는 이 전 부회장이 먼저 청와대의 사무처장에게 연락한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단는 이에 대해 "이인원 전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정책 과정에 반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책임 떠안고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며 "그만큼 가장 신뢰했던 분이었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도 일일히 보고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학창시절을 모두 일본에서 보내 언어적, 문화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신 회장이 세세한 부분까지는 관심을 두기가 어려워 이 전 부회장에게 전적으로 맡겨둔 부분이 많았다는 게 롯데측의 설명이다.

검찰 측은 또 신동빈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을 당시 박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요청을 받았는지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신 회장의 진술 중에서 스포츠 전반에 대한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하거나, 돈에 대한 지원을 요청 받았다고 진술 하는 등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대학교까지 일본에서 마치고 미국에서 MBA를 졸업한 이후, 노무라증권의 뉴욕, 도쿄, 런던지사 등에 근무한 뒤 36세에 한국 롯데그룹에 처음 입사해 당시에는 아예 한국말을 못했다"며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한국어 의사 소통이 부족해 재판 과정에서 진술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부분도 생기고 있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편 이날 신동빈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뇌물공여 관련 심리는 마무리됐다. 오는 11일부터는 경영비리 관련 공판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