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홀대론' 빌미 제공한 은행권…자정노력 필요하다
[기자수첩] '금융홀대론' 빌미 제공한 은행권…자정노력 필요하다
  • 김현경
  • 승인 2018.07.0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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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금융홀대론을 이렇게까지 실감한 적이 없습니다."  

 

최근 만난 은행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금융산업 육성에 뒷전인 현 정부 아래에서는 신사업을 발굴하기도 기존의 경영활동을 이어나가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은행권은 바짝 긴장한 눈치다. 채용비리, 대출금리 조작사태 등 금융당국발 '태풍'으로 수장들이 줄줄이 사퇴했고,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출금리 조작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각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Sh수협·전북·광주·제주은행 등 다른 은행들에 대해 추가 점검에 나섰고, '대출금리 제도개선 TF'까지 본격 가동하며 규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금융산업 발전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은행들이 당국의 눈에 띄지 않기만을 바라며 조용히 지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결국 빌미를 제공한 것은 은행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동안 채용비리에 연루된 은행 관계자들만 40명이다. 이중 KEB하나·우리·BNK부산·DGB대구은행 등 4곳에서는 은행장도 연루됐다. 기소 대상 건수도 695건에 달했다. 채용비리 유형도 임직원 자녀, 외부인 청탁, 성차별 채용, 학력 차별, 지역 우대 등 다양했다. 그동안 '관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은행권 채용비리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또 이런 상황에서 밝혀진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사태로 은행권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KEB하나·한국씨티·BNK경남은행 등 3곳에서 발생한 대출금리 부당 산출 건수는 1만여건에 달했다. 과다 청구 금액은 약 27억원이었다. 하나은행에서 발생한 부당 산출 건수와 과다 청구 금액은 각각 252건, 1억5800만원이었다. 씨티은행은 각각 27건, 1100만원이었고 특히, 경남은행은 1만2000건, 25억원으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 3개 은행은 대출자 소득을 누락·축소 입력하거나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담보가 없는 것처럼 꾸며 가산금리를 올렸다. 또 신용등급이 오른 대출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자 우대금리를 줄여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도 했고, 기업 전산시스템에서 산출되는 대출금리(9.68%)를 적용하지 않고, 내규상 최고금리(13%)를 부과하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은행들은 창구직원의 단순 실수일뿐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은행들의 해명대로 창구직원의 실수로 대출금리가 잘못 산정됐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실수를 시스템상에서 잡아낼 수 없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내부 통제 장치 미비에 대한 지적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금융산업은 육성해야 하는 것이 맞다. 무조건적인 규제는 자칫 금융산업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로 신뢰를 잃은 은행이 아무리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투자한다 한들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은행권에서 외치는 '금융홀대론'이 와닿지 않는 이유를 자각해야 한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은 은행이 초래했고 은행권이 '결자해지'의 자정노력에 적극 나서야 틀어진 고객들의 믿음을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