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대란’도 막지못한 박삼구 회장의 ‘연세대 사랑’
‘기내식 대란’도 막지못한 박삼구 회장의 ‘연세대 사랑’
  • 강필성
  • 승인 2018.07.0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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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각별한 ‘연대 사랑’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태’가 불거진 첫날 박 회장이 중국 출장에 나서 3일이나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 출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사업적 연관성이 거의 없는 ‘연세대 동문회장’ 및 ‘연세대학교재단 이사’로서의 출장이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사태’로 인해 사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상황. 


이미 ‘기내식 사태’는 6월 말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라 는 점에서 박 회장의 ‘연대 사랑’에 대한 논란은 적지 않다. 


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의 최근 중국 출장 일정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총 3일간 진행됐다. 


출장의 목적은 중국내 ‘칭다오 세브란스병원 건설 프로젝트’ 착공식이다. 한국의 종합병원의 첫 중국 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는 않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 연대 동문회장 및 재단 이사로서의 참석에 더 큰 비중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대란’으로 위기를 겪는 상황이었다. 박 회장이 출장을 떠난 당일부터 기내식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항공편 출발이 지연되고 기내식이 아예 제공되지 않는 사상초유의 사고가 발생한 것. 심지어 급하게 마련된 기내식 공급 협력사에서 대표이사가 공급 압박에 못이겨 자살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현장에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없었다. 그가 대국민사과와 함께 전면에 등장한 것은 그가 중국에서 귀국한 다음날인 4일이다.


재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가장 급박하던 순간에 박 회장이 사흘이나 중국에 머문 이유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해석은 박 회장의 ‘연대 사랑’이다. 


박 회장의 ‘연대 사랑’은 재계에서도 각별하게 꼽힌다. 연세대 63학번으로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2008년부터 10년째 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연임만 네 차례다. 부회장을 맡았던 기간까지 포함하면 그의 동문회 활동은 20년에 가까워진다. 


기부도 적지 않았다. 박 회장은 2013년 연세대의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에 클래식 공연장을 건립해 기부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출연한 100억원에 연세대가 50억원을 더했다. 이 공연장은 ‘금호아트월’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당시에도 논란은 적지 않았다. 2013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금난이 한창이던 때다. 금호타이어, 금호산업(조건부)이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었고 박 회장이 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상황이었다. 임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메는 상황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않은 다른 계열사들을 통해 기부금을 출연한 것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07년에도 그룹을 통해 연대에 50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의 모교사랑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논란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도 이런 논란에 무게를 더하게 됐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의 오픈채팅방에서 한 직원은 “학교 행사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예견된 기내식 대란을 승객과 직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박 회장 퇴진 등을 위한 촛불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해외에서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다지는 것 자체가 향후 중요한 해외사업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기적으로 그룹의 주력사업이 위기를 겪는 순간에 모교의 행사에 참여했다는 점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