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양적완화의 청구서
[엄길청 칼럼] 양적완화의 청구서
  • 승인 2018.07.0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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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미국은 2008년 찾아온 금융위기를 놓고 두 가지의 고민 끝에 양적완화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방만한 금융질서로 빚어진 사태임을 고려하면 강력한 금융개혁을 실시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의 미 연준은 양적완화라는 정반대의 카드를 선택했다. 이로 인해 우리 돈으로 약 5천조 원에 달하는 달러가 공급되었으며, 그 돈들은 오늘날 글로벌 경기호황의 밑천이 되었다.  
 
미국 역시도 그 효과로 지금 고용지표가 좋아지고 경기가 살아나 오히려 물가상승을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급기야는 기준금리를 차츰 올려서 현재 미국의 연준 기준금리는 2%로 우리 기준금리보다도 0.5%포인트가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의 남부 채무과다 국가들도 위태로운 국가재정을 지탱하는 언덕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본 나라는 다름 아닌 중국이다. 그들은 당시 자국의 내부 경기가 다소 둔화국면에 접어들 즈음에 미국이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하자 그 돈들이 한편으론 중국의 투자로 또 한편으로는 중국산의 수입수요로 몰려온 것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반성기조가 주로 실물경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측면이 강해 마침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하던 중국의 실물경제에 대한 투자수요가 높았으며, 중국정부는 이를 적극 받아들이는 입장을 취해 수출이 호황을 보이고 투자가 크게 늘어나서 오늘의 3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미국이 시중의 저가채권을 대량으로 사주는 정책을 사용한 것이라 중국이 미국의 채권에 엄청난 투자를 하게 되었다.
 
여기에다 유럽이 제로금리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금리를 인하시키고 최근까지 양적완화도 실시해서 중국의 실익은 유럽에서도 크게 신장되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이나 유럽이 경기가 호전되면서 양적완화를 중단하게 되었다, 미국은 이미 2014년 10월에 이를 조치해 현재 진행 중이며, 유럽도 ECB가 이제 양적완화는 올해 말로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유럽도 경기호전으로 물가상승을 우려한다는 이유에서이다.

10년 전에 전 세계에 금융위기 발 디플레라는 초유의 불황이 찾아와 이제까지 미국과 유럽이 백방의 노력으로 그 해법을 찾아오던 중에 이제는 그들도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제 서구는 다시 인플레 재연가능성에 유념하고 있어 소비증가와 경기확장을 늦추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중국에 대한 관세압력이다. 그동안 중국은 중국산 중저가 제품을 앞세우고 미국의 양적완화로 각지에서 엄청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 왔으며, 또한 글로벌 투자자금들이 중국으로 유입되어 그 결과로 역시 엄청난 미국 국채와 미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게 되었다.

트럼프 정부는 이제 이 상황을 마치려고 그 청구서를 들이 미는 것이다. 중국이 지나치게 보유한 미국 달러를 내어 놓고 역시 지나친 미국과의 무역수지 흑자를 시정하게 하려는 조치가 바로 오늘의 미중간의 무역분쟁이다.

여기에 이제는 유럽중앙은행까지 태도를 바꾸어 양적완화를 마친다고 하니 중국은 양면초가의 상황을 맞고 있다. 물론 이 문제는 여타의 신흥국 모두에게 영향을 미쳐서 아르헨티나 말레이시아 등의 나라들이 가장 먼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의 주가가 바로 위기신호를 앞두고 있다.

이 여파로 일정하게 금리가 오르고 긴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금리가 낮고 보유 외환이 많고 여러 나라 상대의 전 방위적으로 무역수지가 흑자가 나고 있어서 대응정책의 공간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중국은 지금 호흡이 아주 가파른 상태이다. 트럼프는 여기서 그 고삐를 쉽게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역시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의 수출실적이나 오늘의 외환보유고는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 효과라기보다 우리 기업의 고유한 지식과 기술력을 밑바탕으로 만들어진 내부의 펀더먼탈의 개선이 가져온 성과로 보아야 한다. 다만 우리도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 타이밍은 다가오고 있다.
 
[엄길청 global analyst/global social impact capit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