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과 1600억 BW, 정말 오해일까
[기자들의 팩자타]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과 1600억 BW, 정말 오해일까
  • 강필성
  • 승인 2018.07.05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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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기내식 업체의 계약해지와 1600억원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말입니다. 그는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15년간 기내식을 공급해온 LSG코리아와 계약을 해지한 배경에 1600억원의 투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저 오해일 뿐이라는 것이었죠.

 

앞서 지난해 LSG코리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거절하자 기내식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고 불공정거래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내식 협력사의 무리한 교체가 ‘기내식 대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세간의 해석이었죠. 

 

이를 ‘오해’라고 일축한 박 회장의 설명은 분명 타당성이 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불리한 조건에서 계약을 해야했던 LSG코리아 보다 하이난그룹(HNA그룹)의 합작사 게이트고메코리아가 더욱 유리한 조건이라면 기업 입장에서는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비록 화재로 공급에 차질을 빚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결론적인 이야기죠. 이 선택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내식 대란과 투자금 1600억원은 전혀 관련이 없는걸까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지난해 3월 금호홀딩스는 중국의 하이난그룹으로부터 16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합니다.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하이난그룹이 모두 취득한 겁니다. 이 BW는 사채 시장에서 아주 드문 조건으로 발행됐습니다. 만기는 20년에 달하지만 중도상환 조건이나 이자가 아예 없었죠.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는 위험부담 없이 이자 수백억원을 아낄 수 있는 일방적 BW였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전반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난그룹이 안전장치나 이자조차 없는 금호홀딩스의 BW를 받아들인 겁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두 그룹은 호텔, 리조트 개발, 지상조업, 항공정비사업(MRO), 케이터링 등 항공 관련 사업 전반에서 지속해서 제휴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바로 기내식 협력사의 변경이 진행됐습니다. 통상 기내식은 항공업계에서도 알짜 수익원으로 꼽힙니다.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으니 수익성이 다른 케이터링 사업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뛰어납니다. LSG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만 344억원에 달할 정도입니다. 실제 경쟁사 대한항공은 직접 기내식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논란은 하나입니다. 이 투자가 알짜 사업인 기내식 회사의 지분을 하이난그룹에게 주는 전제가 됐느냐는 것이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알짜사업을 대가로 모회사인 금호산업이 재무적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모회사의 이득을 위해 별개 법인인 자회사의 기대이득을 희생시켰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박 회장은 이같은 상황을 ‘오해’라는 단어로 정리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1600억원의 투자와 기내식사업이 별개인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실제 아시아나항공 소액주주는 이달 중 소제기청구를 한 뒤 8월 중순에 이번 기내식 협력사 변경과 관련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날 간담회가 끝난 직후 빠르게 회견장을 나가는 박 회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소송을 준비하는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겠냐고 말이죠. 박 회장의 설명은 앞선 회견과 마찬가지로 짧았습니다. 

 

“책임 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