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석방' 호소
[편집국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석방' 호소
  • 이강혁
  • 승인 2018.06.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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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강혁 기자 / 부국장] 신동빈(63·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에 '석방(보석)'을 호소했습니다. 그의 형인 신동주(64) 전 롯데 부회장이 불씨를 되살린 경영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의 요구는 정확히 말하자면 오는 29일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직접 가서 경영권 분쟁 국면에 대응하고 돌아와 다시 재판을 받겠다는 취지죠. 신 회장의 발언을 보면, 그의 호소는 절박함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주주총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100% 자신할 수 없습니다. 주총에 나가 해명할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이외에는 주총에서 설명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경영비리 사건이나 뇌물사건 재판에 한 번도 빠짐없이 다 참석했습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기를 바랍니다. (돌아오지 않는 일은) 절대 없다고 약속합니다."
 
재판부는 이런 신 회장 호소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보석 허가에 대한 판단은 오는 28일께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재판부는 "재계 5위 롯데그룹 총수라는 이유로 더 특혜를 받아서도 안되고 더 차별적으로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받아서도 안된다"며 "일반인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원칙을 밝혔습니다.
 
기업 총수라고 해서 법보다 위에 있을 수도, 또 그 아래에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니 재판부의 원칙은 백번 옳습니다. 
 

 

여론은 신 회장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아 보입니다. 신 회장의 이번 호소를 두고 '떼'를 쓴다는 질타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 저변에는 '특별 대우를 받겠다는 것이냐'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깔려있을 겁니다. 이런 눈총도 신 회장이 짊어져야 할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 신 회장 이상으로 초조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한번쯤 곱씹어 볼 문제입니다. 롯데그룹의 임직원은 국내에만 12만명으로 협력사까지 포함할 경우 35만명 수준입니다. 이들은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신동주 전 롯데 부회장에게 넘어갈 가능성에 상당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는 그룹입니다. 만약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 회장이 해임될 경우 국내 롯데그룹의 운명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전권을 쥐고 경영권 분쟁 당시 신 회장 편에 섰던 롯데그룹 임직원을 모조리 잘라내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만이 아닙니다.
 
신 전 부회장은 국내 롯데그룹의 현안을 챙기기는커녕 우리말을 아예 하지 못하는 일본인에 가깝죠. 그의 경영능력도 현재까지 전혀 검증된 바 없습니다. 그가 2016년 롯데홀딩스 주주를 회유하기 위해 막대한 현금을 약속했었다는 점도 불안한 대목입니다. 그는 1조원에 달하는 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까요.
 
신 전 부회장에게 롯데홀딩스의 주총 표대결이 유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이미 그는 롯데홀딩스 주주와 경영진의 신뢰를 받지 못 하고 있고 이미 2016년 주총 표대결에서도 실패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그가 이번에 다시 표대결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공교롭게도 신 회장은 현재 재판으로 인해 주총 참석이 불가능합니다. 신 회장의 상황을 이용하려 했다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롯데홀딩스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주주만 위임권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신 회장이 재판부에 설명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7명. 아버님(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어머니, 형님(신 전 부회장), 누님(신영자), 저, 서미경씨, 여동생(서유미)만 나가서 내 입장을 소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신 회장이 참석하지 않으면 신 전 부회장 말고는 대부분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소명자체가 불가능한 셈이죠.
 
현재까지 재판부의 판단은 예측하기 힘듭니다. 다만 검찰은 신 회장의 보석 허가 호소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이상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보석을 허가할 만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신 회장의 혐의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많습니다. 만약 그가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된다면 마땅한 처벌이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구속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역차별의 피해는 신 회장이 아닌 롯데그룹 안팎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35만명과 그 가족들 100만여명에게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롯데 임직원 입장에서는 재판부의 공정하고 원칙에 따르는, 그리고 조금은 따뜻한 결정이 절실해지는 시기입니다. 롯데 총수라서 특혜를 받아서는 안되나, 그래서 더 차별을 받아서도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