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경고등 켜진 반도체] 수출 효자 노릇…中 `반도체 굴기` 대책 시급
[중국발 경고등 켜진 반도체] 수출 효자 노릇…中 `반도체 굴기` 대책 시급
  • 이연춘
  • 승인 2018.06.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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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올해 5월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이 역대 4위를 기록했다. 5월 반도체 수출은 109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5% 급증했다. 반도체 수출이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109억8000만 달러 이후 2번째다.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기업용 서버 등 고사양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는 단일품목으로 수출 효자다.

다만 올해 말부터 중국 업체가 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향후 한국 경제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015년 반도체 수출 비중은 11.9%에서 올해 1월~5월 중 20.3%로 불과 2년 반여 만에 8.4%p나 급증했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의 중장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는 국내 주력 수출품목인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점차 둔화되어 2년 후인 2020년에는 마이너스 16.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선언'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공급 확대도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출에 위협적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굴기에 세계 전반의 보호무역주의가 몰려오면 우리 반도체 산업의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중국 반독점 당국은 지난달 31일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을 상대로 반도체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했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자국산 반도체 비율을 높이기 위한 노골적 견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의 70%가 중국에 몰려있는 만큼 만약 중국이 제재를 가할 경우 수출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에 불과한데,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우리 돈 167조원을 쏟아부어 최대 70%까지 자급률을 올리려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부족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중국이 우리 수입을 제한하더라도 당장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나라를 견제하면서 동시에 정부 주도로 자국 산업을 키우고 있어 언제까지 자만할 수는 없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한 반도체 업체가 64단 3D 낸드플래시 시제품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 3~4년 차이가 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2년 수준으로 기술력이 좁혀졌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중국이 2007년 첫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시작한 이후 10년 만인 지난해 출하량 기준으로 우리나라를 꺾고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올해 들어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협회는 "반도체 수요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중국의 메모리 양산이 본격화하면 향후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