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 … "양날의 검 되지 않아야"
은행권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 … "양날의 검 되지 않아야"
  • 원하리
  • 승인 2018.06.0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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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원하리 기자] 은행권에서 내년 7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예정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조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지난 4월 은행장들과 만나 "주 52시간 근무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IBK기업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3월 '근로시간 단축대응 태스크포스'를 꾸려 근무제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왔다. 추진 계획에는 유연 근무제와 근무시간 선택제 등이 포함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역시 태스크포스를 꾸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태스크포스를 통해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일부 직무의 초과 업무 현황을 파악하고 도입 시 예상되는 쟁점을 파악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업무 효율성을 높여 근로시간 단축을 실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제도 도입을 놓고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유연근무제를 안건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태스크포스는 아직 꾸려지지 않았지만 PC오프제 도입과 매주 수요일 6시에 퇴근하도록 권장했던 '가정의 날'을 금요일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와 경제·유통 쪽은 금융권이 아니라 주 52시간 근무를 7월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내달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주 52시간제 도입 유예 업종인 NH농협은행과 농협금융지주는 도입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새로운 근무제를 도입하기 전에 먼저 제도적 보완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히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서두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노사간 접점을 찾는 일이 선행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탄력적 근무 시간제와 업무 효율성 증가 등을 통해 근무시간을 단축하자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인력충원을 통해 근무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조 측은 출퇴근기록시스템과 같은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무수당 근로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직원들의 숨통을 조이는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또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지난 4월 30일부터 5월3일까지 직장인 익명 SNS 앱 '블라인드'에서 직장인 만2208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우리 회사에 적용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 '불가능'이 44.3%로 37.9%의 '가능'을 앞질렀다. 해당 조사에서 알 수 있듯 실질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한 근로자들은 입장은 회의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도입하는 주 52시간 근로제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노조와 접점을 찾아 최대한 직원의 입장을 반영한 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를 조기 도입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은행 업무는 일괄적이지 않고 세분화되어있기 때문에 정보기술 직군과 특정 시기에 업무가 급격히 늘어나는 인사직무 등 주 52시간 근무가 힘든 직무와 특수직무에 대한 충분한 대책 마련 후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