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탁론 위험관리수수료 폐지’ 결정에서의 금융당국 민낯
[기자수첩] ‘스탁론 위험관리수수료 폐지’ 결정에서의 금융당국 민낯
  • 김한주
  • 승인 2018.06.0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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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한주 기자] 금융감독원이 ‘스탁론(증권계좌 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비자가 부담하던 위험관리시스템(RMS) 수수료를 오는 7월부터 폐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스탁론 대출 시 RMS 서비스업체가 금융회사를 대신해 고객의 주식 담보관리를 하고 대출 중개인 역할도 하는데, 금융회사가 고객 대출액에서 약 2%를 RMS 서비스업체 수수료로 먼저 떼 RMS 업체에 지급하는 것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제도의 효용성이나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고 스탁론 이용료를 단순 수수료로 결론지어 폐지를 결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선, 스탁론 이용료가 금리에 포함되면, 레버리지를 이용하는 장기투자자는 지금보다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부작용과, 초기 이용료를 부담하지 않는 점을 이용한 작전세력의 주요 자금원으로 변질될 우려도 상당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결정과정에 있다. 이해 당사자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저축은행과 손해보험사 관계자들을 불러 스탁론 상품의 이용료 체계를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이 자리 참석자에 따르면 사실상 ‘일방적 통고’였다고 한다. 즉, 업계나 시장의 의견 청취는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발한 스탁론 업체들의 요청으로 지난주 간담회 성격의 자리가 금감원에서 마련됐는데, 담당 부원장보를 만나 직접 업계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참석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담당 팀장만 참석한 가운데 관련 업계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용료 체계 변경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손보사를 불렀을 때도 사실상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을 전해 듣긴 했지만, 업계의 말문을 막고 말 그대로 ‘까라면 까’라는 태도였다”면서 “모욕감마저 느꼈다”고 격앙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을 통해 이전 정부의 불통을 깨뜨리고 행정의 투명성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국민들의 요구를 일일이 다 수용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두 명의 원장 낙마 끝에 부임한 윤석헌 금감원장도 시장의 자율성과 금융권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감독당국 규정을 성실히 준수하면서 사업을 이끌어오면서 고금리 사채를 이용한 음성적 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건전한 투자의 한 축으로 만들어 온 스탁론 업계의 노력을 외면하고 있다.

 

더구나 RMS수수료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내린 것은 이전 정부나 감독당국과 별반 차이가 없는 구시대적 행태라는 점에서 과연 ‘윤석헌 금감원’에 우리나라를 금융선진국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