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인간우호지수
[엄길청 칼럼]인간우호지수
  • 승인 2018.05.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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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류는 새로운 시험대 위에 올라가고 있다. 이제껏 발달시켜온 인간의 사회적 지성화 과정이 사실상 우리 손에 의해 종료를 맞으며, 새로운 지능형 통찰과 자율운영 시스템과의 동거 능력을 가진 천재인간으로의 혁신을 주문하는 인성절벽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문화인간으로, 사상인간으로, 관계가치인간으로, 종교인간으로서, 작업에서 정서를 거쳐 이념과 영성에 이르기 까지 점점 인성성장으로 자신과 사회를 주도적으로 고양시켜온 인간의 성장좌표는, 이제 온전한 재현가능성의 기억천재나, 알아서 매사의 본질을 파헤치는 자기학습의 만능인간으로 미래좌표를 이동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사회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산업화와 사회발전이 늦은 탓에 이제야 복지사회와 인간중심의 사회가치를 공유하려는 사회적 성장을 거치는 중이라 이런 시대의 급변이 너무 당황스럽고 벅차다. 한 쪽에서는 사람의 사회적 대접이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고 있는데, 또 저 멀리에서는 사람들은 이제 하던 일도 놓아야 하고. 배우던 공부도 새로이 준비해야 하고, 준비하던 미래계획들도 다 내려놓아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미래를 준비하던 사람들에게 닥치고 있는 소망과 진행의 절벽이다.
 
건강과 안전과 자연을 위한 사회의 발전은 누가 뭐래도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양육, 교육, 결혼, 직장, 자기성취, 사회기여, 부모봉양 등의 이전의 인간의 자기발달 목표는 어느 하나 미래의 공동가치로 남을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심지어 점점 장수사회를 암시하는 생명과학의 혁신이 남은 시간이 얼마이건 간에 모두에게 미래의 시간을 감히 내다볼 수 없도록 아주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곰곰 주변을 둘러보아도 지금 사람들이 다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이 같은 변화를 향해가는 산업혁명의 자율동력을 인간의 공동의 노력으로 우리가 행복하게 감당할 수 있는 미래로 그 혁명의 지형을 보완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컴퓨터에게 맡겨 놓은 과학의 혁신과제라 할지라도 노력하는 인간의 가상한 지성적 도전이 열려있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하고, 벌써 지능형 기계가 맡기 시작한 일이라도 사람의 땀과 헌신이 아름답게 녹아지는 감동적인 생산과정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그것은 지금부터 대중이 참여하여 미래의 혁신방향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직은 대중지성이 가진 사회적 동력이나 화폐자본이 극수소의 천재성공자들이 거두어 가는 힘이나 돈보다 월등히 많다. 여기서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여전히 인간의 성장과 공헌과 보람이 유효한 세상의 속도와 방향으로 대중지성이 미래방향을 선하게 인간답게 유도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자본투자에서 미래지성의 인류적 공유를 생각 할 수 있다.
 
요즘 주식시장은 개별 주가의 급격한 상승과 차익만 생각하지 그로인한 미래 인간사회의 변화는 투자자들이 잘 내다보지 않는다. 특히 간접투자가 많아지면서 오로지 고객에 대한 성과만 생각하는 전문가집단에서 나타나는 포트폴리오에는 인간배제 지수 같은 것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예컨대 신약과 헬스케어 제품들이 놀라운 과학과 성능으로 발전하면서 점점 몇몇 글로벌한 수준의 생산플랫폼에서만 대리주문 공정이 이루어져 일반제약의 작업공정이나 배급방식에서 종전의 일상적인 작업전문가이던 많은 사람은 점차 배제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만일 자율주행 자동차가 곧 등장하면 수많은 수송관련 인력들은 과거 인력거나 마차를 몰던 사람들처럼 거리에서 사라져야 한다.
 
이미 학교는 스승과 제자의 사이가 무너진 지가 오래이다. 수많은 지식전달 루트가 발달하면서 학교에서 엄정하게 이루어지던 인생수업은 이제 각자의 머리 안으로 들어간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로 변해가고 있다. 도대체 누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미래에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도무지 예측에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지금 미국 학교에서는 이런 학생들의 어린 손끝에서 속절없는 총기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또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인터넷 속에서의 폭로나 댓글비방이나 여론몰이 등은 누가 누가인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가해와 피해의 사건구성이 완료되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이제까지의 문명과 삶의 가치를 한순간에 내려놓을 양이 아니면 자본투자의 순간에라도 인간중심의 혁신을 소망하는 생각은 내려놓지 말아야 한다. 미래지향성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고 돈이 그 선한 결과를 축복하는 대중의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우호지수(human friendly index)는 그래서 중요한 투자가치로 여겨야 한다. 이전에는 환경보호, 사회가치, 지배구조 등의 사회적 책임을 따지는 투자지침들이 일부 깨어있는 투자집단에서 중시된 적이 있지만, 이제부터는 그 선택의 일 순위가 바로 그들의 기업행위가 바로 인간중심적 사회의 진전인가 하는 점이다. 예컨대 사람에게 지급하는 총인건비가 늘지 않고 자본이익이 늘어나면 이전에는 좋은 주식이라 생각했지만 이젠 더 따져보아야 한다, 기업성장의 재무적 과실이 대중적 인간사회로 연결되지 않으면 국가적이고 사회적인 기업육성의 의미가 없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지면 또 다시 정치행정력이 동원되어 그 어렵고 힘겨운 소득이나 재산의 분배과정을 거칠게 거쳐야 한다.  
 
인간우호지수는 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유한양행이란 회사는 그 재무사항을 들여다보니 투자자산은 늘어나지만 주로 외부 신생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이루어져 외부고용도 늘지만 자기 인원도 보살피는 깊은 뜻이 엿보인다. 자기 기업의 내부혁신을 통해 변신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이전의 효용이 떨어지는 생산설비나 관련인력은 그 비용과 공간을 갑자기 내어주고 밀려나야 한다.
 
2013년 이후 부진한 현대차가 지금 그런 유혹 속에서 내부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더욱이 한국GM의 사태가 발생해 더욱 그런 과감한 생산라인 혁신에 경영자의 손길이 가겠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고 기다리면 이런 전후사정을 잘 아는 현대차의 내부 생산자들이 지능기계 이상으로 감동과 가치가 담긴 좋은 차를 생각하고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우리가 여기서는 한 가지만 생각해야 한다. 우린 무엇을 위해 산업혁명을 하려하는가. 지구촌 모든 인류에게 기회와 희망과 참여와 성장의 열망을 주는 그런 세상의 변화로 대중투자자들이 주가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
 
[엄길청/global analyst & futu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