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 4년] 지배구조 개편 압박…얽힌 실타래 풀까
[이재용 체제 4년] 지배구조 개편 압박…얽힌 실타래 풀까
  • 이연춘
  • 승인 2018.05.0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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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式 DNA…'전자·바이오·금융'으로 체질변화
-공정위·금융위까지 지배구조 개선 압박 수위 높여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선단을 직접 진두지휘 한지 오는 11일로 4년째를 맞이한다. 지난 2014년 5월 10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다음날인 11일 병원에 입원한 이후 이 부회장이 그룹의 실질적 리더를 맡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4년간 자기 색깔내기 행보를 통해 '전자·바이오·금융' 3대 축으로 그룹의 체질 변화를 선택했고 '이재용식(式) DNA', 즉 '뉴삼성'의 이미지를 그룹 안팎에 뚜렷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4분기 연속 매출 60조를 돌파하면서 실적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반도체 사업이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했고, 모바일 사업부문(IM)도 제 역할을 다해줬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1∼3월) 매출은 60조5600억원, 영업이익 15조64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으로만 매출 20조7800억원, 영업이익 11조55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 수치다. 반도체 사업부문 영업이익이 1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크게 기뻐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삼성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데다 여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모두 삼성전자 지배구조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자 관건은 '금융산업 분리' 문제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처리 방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삼성전자 지분매각과 관련해 삼성생명 스스로 자발적으로, 단계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공정위에 이어 금융위까지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이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재계 안팎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삼성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현대차그룹까지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내용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기로 해 주요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만 남은 상황이다.

삼성은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화재 → 삼성물산’과 같은 순환출자 고리를 총 7개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SDI가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 3개가 해소돼 4개만 남았다.

삼성은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법적으로 해소해야 할 의무는 없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2015년 7월 25일부터는 신규 순환출자를 할 수 없고,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를 강화할 수도 없는데,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는 법 시행 전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4개의 고리도 모두 해소한다는 방침이지만, 시기와 방법은 미정이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려면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삼성전기 2.61%, 삼성화재 1.37%)을 매각하면 된다. 재계에서는 두 회사가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해도 핵심 계열사의 지배력은 큰 변동이 없어 곧 해소가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처분하느냐이다.

현재 국회에는 삼성생명을 겨냥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보험사는 계열사의 지분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데, 현재는 취득가를 평가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돼 평가 기준이 시가로 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1062만2814주·특별계정 제외) 중 대부분을 팔아야 한다.

작년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약 282조7000억원으로 삼성전자 주식 보유 한도는 약 8조4800억원어치다. 현재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는 시가 기준으로 약 28조원에 달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20조원 안팎의 지분은 정리해야 한다.

삼성 측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가 90여개 협력업체 직원 8000명을 직접 고용한 것처럼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정공법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다른 계열사가 매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삼성 오너가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 흔들기’도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