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 4년] 뉴삼성 80년 넘어 '100년 기업' 향해 다시 뛴다
[이재용 체제 4년] 뉴삼성 80년 넘어 '100년 기업' 향해 다시 뛴다
  • 이연춘
  • 승인 2018.05.0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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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새 길을 찾는다…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공존
-"이병철 도전·이건희 초일류 계승해 신뢰받는 기업 도약"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누운 지 11일로 꼭 4년이 된다. 부친을 대신해 경영일선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지 4년을 맞는셈이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 회장과 '같은 듯 다른' 리더십으로 재계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4년간 삼성은 이 회장 부재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구상했던 계획과 이 부회장의 실행 및 새 비전으로 무리없이 달려왔고  이 부회장의 삼성은 탈권위의 새로운 삼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며 지난 4년간 '뉴삼성' 만들기에 주력해왔다. 각종 인수합병(M&A)과 계열사 상장 등으로 사업구조를 빠른 속도로 개편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4년 11월 석유화학 계열사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방위산업 부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한화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이재용 시대 '빅딜'의 출발을 알렸다.

이 부회장은 2015년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됐고, 같은 해 6월 삼성서울병원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며 삼성의 후계자 자리를 굳혔다.
 


이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은 더욱 속도를 냈다. 지금은 비수가 돼 돌아왔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롯데에 삼성SDI 케미칼 부문과 삼성BP화학 등 나머지 화학계열사를 매각하는 '2차 빅딜' 등을 계속했다.

삼성전자 내 자동차 전장사업팀 신설과 쉴 새 없이 이뤄진 해외 기업 M&A도 이 부회장의 작품으로 통한다. 간편결제 삼성페이의 기반이 된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15년 2월), 인공지능(AI) 가상비서 빅스비를 가능케 한 미국 스타트업 비브랩스(16년 9월) 등을 품은 데 이어 전장기업 하만(17년 11월)까지 인수하며 미래 경쟁력을 다졌다.

하지만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때문에 장기 글로벌 경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않다. 삼성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자 충격 그 자체였다.

이 부회장은 돌파구로 '공존'을 선택했다. 창업이념 중 하나인 ‘사업보국’의 의미를 확장해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세상과 공존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길을 고심 중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을 중심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100년 삼성'을 위한 그룹 이미지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이같은 고민은 지난 3월22일 전 계열사 임직원에게 공유된 창립 80주년 기념 사내방송에서도 읽을 수 있다. 삼성은 특별 제작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기념방송에서 "100년 삼성을 위해서는 역동적인 에너지와 가치를 공유해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세상과 함께 공존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새로운 가치를 담아 제품을 만들고 신뢰받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자체 제작한 '다이내믹 삼성 80, 새로운 미래를 열다'라는 제목의 동영상도 공개했다. 7분짜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은 ▲도전의 길 '개척의 발걸음을 내딛다' ▲초일류의 길 '세계를 향해 비상하다' ▲미래의 길 '100년 삼성을 준비한다'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미래의 길'에서는 100년 삼성 앞에 놓인 불확실한 미래를 조명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데이터테크놀로지 등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신생 기업이 삼성과 같은 전통 강자를 위협하고 있다고 삼성은 진단했다.

아울러 앞으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오랜 구상인 이사회 중심 투명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전기 등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등을 통해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삼성이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 모델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배구조개편 및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 80년 간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인 ▲총수 ▲미래전략실 ▲계열사 사장 등 기존 삼각 축을 과감히 버리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경영 혁신을 시작했다.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 행보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2일 중국 선전으로 출국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두 번째 해외 출장이다. 이 부회장은 출장 기간 중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 등 중국의 글로벌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두 번째 출장지로 중국을 선택한 건 삼성전자가 집중 육성 중인 전기차 사업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BYD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으며 BYD로부터 스마트폰 부품을 수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BYD에 5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 그는 유럽과 캐나다 지역을 방문하는 16일 간의 해외 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의 구체적인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현지 기업인과 지인 등을 만나 신성장 동력 발굴 등에 대한 구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지난 4년간 추구해 온 '뉴 삼성'으로의 전환에 주목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4년간 이 부회장으로서도 기업 총수가 짊어져야 할 막중한 책임과 권한에 대한 많은 자기 성찰과 고뇌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새 정책이 나오고 기업은 여기에 맞는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듯 이 부회장이 남은 긴 험로를 지혜롭게 잘 헤쳐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10일 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및 심근경색 증상으로 인해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서울병원에서 응급 조치를 받고 이튿날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장혈관확장 시술을 받았다. 이 회장은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회복 치료에 들어갔지만 당시부터 현재까지 와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