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의 비용] 삼성 '3%룰'에 고민…20조 매각땐 재무건전성 위협
[지배구조의 비용] 삼성 '3%룰'에 고민…20조 매각땐 재무건전성 위협
  • 이연춘
  • 승인 2018.05.02 0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매각 경영권 측면에서 최대 난제
-매각시 이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 20.21%→15% 낮아져
-2016년 엘리엇 악몽 재연…외국자본의 '삼성 흔들기' 우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순환출자를 끊으라는 공정위에 이어 금융위까지 논란이 돼 온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요구하면서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방위 공세에 직면한 삼성은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금융위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20조원대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압박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매각 규모와 경영권 측면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난제인 까닭이다.  

2일 관련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압박했다. 최 위원장은 법률이 되면 강제적으로 하게 되는데 그전에 회사 스스로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삼성의 지배구조에 관한 논란의 핵심이라는 것.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전체를 흔들 수 있어서다. 문제는 금융위가 보험업법 개정과 맞물려 시장가로 삼성생명 총자산(지난해 말 기준 282조7138억원)의 3%를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해소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처분해야 할 지분 규모가 20조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삼성은 20조원 규모의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현 구조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2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계열사나 제3자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106조는 단일 계열사 주식 보유액이 총자산의 3%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8.23%·1062만2814주)은 시가로 약 26조원에 달하지만 취득가는 약 5690억원(주당 5만3564원에 취득)에 불과하다. 30여년간 시가 변동이 반영되지 않아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법 개정 없이도 금융위가 내부 의결을 통해 감독규정을 손 볼 수 있지만, 당국은 일단 국회 논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특히 삼성이 스스로 개선안을 마련해야 법 개정때 삼성의 의견도 일정부분 반영될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보험업법이 개정되거나 금융위가 감독규정을 손 볼 경우 삼성생명은 시장가치 20조원에 이르는 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당장 이건희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현 20.21%에서 15% 이하로 떨어지면서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삼성 총수일가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 흔들기도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2016년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고작 삼성전자 지분 0.62%를 확보하고선 연간 10조 원의 현금 배당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삼성생명으로선 20조 원어치를 한꺼번에 매각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약 240만 명에 달하는 유배당 계약자 배당문제까지 얽혀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지배구조와 얽혀 있어 보험업법 개정 이후 순차적으로 지분을 매각하려던 삼성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 안팎에선 여전히 삼성물산 역할론을 유력한 해법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재계는 각종 법안이 삼성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고 있지만 단기간내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 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매입하는 것이다. 경영권 방어와 함께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 금산분리 규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또 다른 해법으론 앞서 거론한 방안과 병행해 삼성SDS를 분할한 뒤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9.20%)과 삼성전자 지분(0.65%)를 스왑(주식교환)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계열사 지분을 오너의 지배구조 강화에 활용한다는 여론은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관련한 규제가 이중삼중으로 얽혀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셈"이라며 "순환출자 해소에 이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기 위해 삼성이 고민하고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지배구조를 개편할 계획"이라며 "모든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방침으로 시기와 어느 고리를 끊을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