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시장 '새치기 기습상장' 논란...업비트, 빗썸 견제?
암호화폐시장 '새치기 기습상장' 논란...업비트, 빗썸 견제?
  • 김현경
  • 승인 2018.04.30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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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상장 예고하자 잇단 '기습상장', 출금도 지연..."플랜대로 상장했을 뿐"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빗썸의 신규코인 상장 준비에 맞춰 해당코인을 잇달아 기습 상장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코인을 기습 상장할 경우 신규코인에 대한 정보 불충분, 급격한 시세변동 등의 부작용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비트가 고객 이탈 방지에 급급해 과도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가 빗썸의 공지에 맞춰 기습 상장한 코인은 트론과 모나코다.
 
먼저, 빗썸은 지난 5일 오후 3시30분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코인인 '트론'을 이날 저녁 암호화폐 전문투자자용 플랫폼인 '빗썸PRO'에 상장한다고 공지했다. 정확한 상장 시간은 공지하지 않았다.
 
빗썸의 공지가 나간 뒤, 오후 4시10분경 업비트도 홈페이지를 통해 트론을 원화마켓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0여분 뒤 업비트는 트론을 기습 상장했다. 그러자 빗썸도 오후 5시 부랴부랴 트론을 상장했다.
 
이날 국내 최대 거래소 두 곳에서 동시 상장된 트론의 시세는 한때 60% 가량 폭등했다가 다시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손실을 봤다며 불만을 호소한 투자자들은 트론 기습 상장을 두고 '펌핑(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림)'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다시 반복됐다. 19일 오후 2시경 빗썸은 신규 코인 모나코를 이날 오후 6시 빗썸과 빗썸PRO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러자 이로부터 30분이 지난 오후 2시30분경 업비트는 모나코 원화마켓 오픈 공지와 함께 모나코를 기습 상장했다.
 
이날 업비트에 상장된 직후 모나코는 최고가인 8만원을 기록했다가 1~2분 만에 3만원대로 급락했다. 오후 3시 이후 1만9000원을 밑돌던 모나코는 오후 6시 1만8000원대로 떨어졌다. 빗썸의 경우 모나코의 시세는 상장 직후인 오후 6시, 4만원으로 시작해 오후 6시30분경 2만5000원~3만원 선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오후 6시11분 업비트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출금 지연 공지를 띄운 것. 당시는 빗썸의 모나코 시세가 업비트보다 두 배 가량 높아, 시세차익을 보려던 투자자들이 업비트에서 빗썸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던 차였다.
 
이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업비트가 투자자 이탈을 막기 위해 고의로 출금을 지연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한 투자자는 "야비하게 기습 상장한 것도 모자라서 상장 이후에 자기네 시세가 떨어져 빠져나갈 것 같으니 출금까지 막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커뮤니티에는 오후 8시까지도 출금이 안돼 손실을 봤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업비트 측은 투자자 이탈을 막기 위한 의도적인 출금 지연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업비트 고위관계자는 "네트워크나 이런 문제로 출금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출금 지연 문제도 당시 바로 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이 관계자는 빗썸의 공지에 맞춰 코인을 기습 상장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업비트는 미국 거래소인 비트렉스와 제휴를 맺고 있는 3개 마켓에서 거래되고 있는 코인들 중 우량 코인들을 선별해서 원화마켓에 상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플랜대로 코인을 상장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코인 가격급등락은 상장을 미리 공지하느냐의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다"며 "회사에서는 상장 관련해서 사전에 공지하는 게 오히려 가격급등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각 거래소에서 상장한 여러 개의 코인 중 두 개의 코인이 겹쳤을 뿐이라며, 업비트의 기습 상장을 두고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행태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난 4월 한 달간 업비트가 원화마켓에 상장한 코인은 트론, 골렘, 모나코, 시아코인, 기프토 등 총 5개다. 빗썸의 경우 4월 상장한 신규코인은 비체인, 트론, 엘프, 미스릴, 모나코, 오미세고, 카이버네트워크 등 총 7개다.
 
하지만 코인 기습 상장의 경우 투자자들이 코인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할 여유 없이 상장 직후의 펌핑을 노리게끔 시장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거래소를 투기판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빗썸 관계자는 "빗썸에서는 2시 공지, 6시 상장 룰을 지켜 투자자들에게 코인을 검토할 시간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이 투기판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건전한 시장 조성에 앞장서야 할 거래소가 오히려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업계 발전과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건전한 경쟁을 하는 것은 좋지만, 눈에 띄는 행태로 과당 경쟁을 부추기고 고객을 빼앗아 오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국의 감시가 심한 지금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해 업계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